난치병 치료를 받는 라오스 아동들과 딱지치기를 하는 즐거운 시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7월의 라오스. 라오스 지부에서 운영하는 난치병 쉼터에 머물고 있는 아동들은 오늘도 치료를 받기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작은 몸으로 장기적인 난치병 치료를 받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쉼터에서는 이 아동들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 무사히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서안정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0세 미만의 아동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뛰어노는 것입니다.

지난 2월 라오스 지부에 봉사단원으로 파견된 저는 어릴 적부터 항상 병원과 쉼터만을 오가는 아동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힘겨운 치료를 받고 지친 몸을 이끌고 쉼터에 오면, 친구들과 장난치고 웃으며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즐거운 쉼터를 만들어 나가고자 결심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의욕에 넘쳐 준비했던 과일바구니 종이접기는 장시간의 진행으로 인한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와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문제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이들의 흥미 유발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외부활동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축구공과 물을 채운 생수통을 이용한 물통볼링, 풍선을 불고 날리는 풍선놀이, 귀여운 캐릭터를 인쇄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색칠놀이, 포켓몬 캐릭터를 인쇄해 지부 구석구석에 숨겨두고 찾으면 장난감을 선물하는 보물찾기 등 간단한 활동에도 아이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투호놀이를 응용한 고무공 던지기, 딱지만들기 및 딱지치기,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어릴 적 경험했던 놀이에 대한 기억을 끌어 모아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직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지만, 총 6회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하루하루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만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 있을 때면 문 틈사이로 손짓하며 같이 놀자고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쉼터에 울려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치료의 고통을 잊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행복해 집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과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 라오스에 와서 스스로 세웠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도 쉼터에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난치병 아동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교신문3317호/2017년7월26일자] 

이동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라오스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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