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원사 어린이 재가안거 현장

부산 영도 대원사에서 어린이 재가안거를 시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동참한 어린이들이 다 같이 모여 사불을 하고 스님에게 점검 받는다. 사불을 하기 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입정이 들어간다.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청소년들이 많다. 불과 어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하루일과표를 따라 움직이다보면 일상 속 ‘나’는 사라진다. 자아가 성장하고 미래를 꿈꿀 시기인 청소년기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게 하기위해 조계종 부산연합회와 동련이 뜻을 모아 어린이·청소년 재가안거를 기획했다.

지난 22일 어린이 재가안거의 취지를 공감하고 진행하고 있는 부산 영도 대원사(주지 담화림스님)를 찾았다. 한여름 태양이 반짝이는 오전10시, 여름을 상징하는 연두색 옷을 맞춰 입은 대원사 어린 불자들이 삼삼오오 대웅전에 모였다. 줄지어 늘어선 책상에 앉은 아이들은 자세를 바르게 하고 법요집을 손에 들었다. 주지 스님의 선창을 따라 삼귀의, 행복오계, 반야심경을 외우며 들떴던 마음을 잠재웠다. 일주일에 한 번, 다 같이 모여 사불을 하는 날이면 색을 입힐 부처님의 대한 설명을 듣고 스님의 격려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불을 하는 동안 스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색을 입히고 있는 부처님에 대해 설명한다.

대원사 주지 담화림스님은 “어른이 되어서도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근성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부터 수행이 필요하다”며 “이번 감사향기를 이용한 재가안거가 아이들에게 그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동참 취지를 전했다.

김채은(13살) 학생은 “감사향기를 하기 전에는 하루일과에 대해 생각하거나 돌아보지 않았는데 저녁이면 시간을 내어 되짚어본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나 꿈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떠오른다. 귀찮다고 느껴지는 날도 있지만 오래 걸리지 않고 사소한 일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고민정(11살) 학생은 “참회나 선행의 뜻이 어려워 이해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일기를 쓰려고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됐다. 작은 일에도 고맙다고 말하니 친구와도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대원사 어린이 재가안거의 가장 중요한 점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학이지만 학교 과제와 학원 숙제가 가득한 아이들에게 감사향기가 자칫 무거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스님의 의견이 있었다. 온전히 아이들 자율에 맡기다보니 오히려 책임감이 생겨 더 열심히 한다고 학부모들이 입을 모았다. 숙제에 지친 저녁에도 감사향기를 펴고 꿋꿋하게 발원문을 외우고 작은 일에도 감사를 전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들도 대견한 마음이 샘솟는다는 평이다.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라며 담화림 스님이 부채를 선물했다. 하얀 부채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였다.

이날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담화림스님이 연꽃이 그려진 부채를 선물했다. 스님은 21일 동안 감사향기를 원만히 끝낸 아이들의 책을 모아 부처님 전에 봉정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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