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맞은 불교중앙박물관

2007년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당시 모습.

서울 도심 한복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유물을 돌아볼 곳이 있다면 불교중앙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단순히 옛 물건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귀중한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고 끊임없는 문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미래를 속삭이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중앙박물관은 1700년 한국 불교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곳이기도 하다. 오는 9월 개관 10주년 특별전을 앞두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봤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조계사 바로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1층과 2층에 위치해 있다. 약 1192㎡(약 360평)로 규모로 전시실과 수장고, 보존처리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그리 크지 않지만 구역을 나누지 않고 전시 성격에 따라 때마다 짜임새 있게 운영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건립된 때는 2007년, 각 지역마다 성보박물관이 우후죽순 들어서던 시기다. 종단은 중앙에서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유무형 불교 유산을 한 곳에 모으고, 각 사찰에서 보관이 힘들었던 성보 문화재를 올바르게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박물관 건립에 나섰다. 무엇보다 역사와 문화가 담긴 불교 성보를 일반에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종단 차원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중앙박물관은 지난 10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종교성’ 등의 이유로 국공립박물관 등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불교의 우수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들이 그것. 박물관은 그 시작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불법승(佛法僧)’ 개관 특별전을 열어 부처님 존상, 부처님 말씀인 경전, 출가에서 열반까지 수행자의 일생을 보여주는 유물 등을 일반에 소개했다.

보관 장소가 여의치 않아 비장됐거나 공개할 기회가 없었던 불교 문화재를 대중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도록 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2013년 개최한 ‘인각사와 삼국유사-역사의 향기를 따라 천년의 숨결을 만나다’는 중요 문화재급 유물이 대거 발굴된 군위 인각사와 일연스님, <삼국유사>를 하나로 묶은 전시로 인각사의 가치를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봉은사와 추사 김정희’, 2016년 ‘금석문 탁본전’, ‘서울지역 왕실발원 불화-수국사와 흥천사’ 등은 불교 문화재 뿐 아니라 사찰이 가진 가치까지 높였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종단에서 설립한 박물관답게 불교 문화재 보존에서 보인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보 제126호 불국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가 대표적.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포함하고 있는 국보는 1966년 불국사 석탑 보수 과정에서 발견됐으나 국립중앙박물관에 43년간 보관돼 있어야 했다. 종단은 유물 수장 공간이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이 건립되고 나서야 2009년 사리장엄구 일괄인 40건의 유물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도난 또는 약탈로 잃었다 되찾은 문화재, 훼손된 곳을 보존처리해 되살린 문화재를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한 2012년의 ‘불교문화재 다시읽기: 되찾은 문화재, 되살린 문화재’ 등의 전시는 불교중앙박물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종단에 소속된 40여 개 성보박물관에 대한 지원 사업도 불교중앙박물관이 펼쳐온 사업 중 하나. 운영과 재정,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지역 사찰 성보박물관을 대상으로 성보 보존 관리의 주체인 스님과 학예사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해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불교중앙박물관회 등을 발족해 문화유산 지킴이를 양성하는 등 출재가를 막론하고 불교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물론이다.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이 직접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국보 1점 보물 17점을 포함해 총 1만 점이 넘는데 회화, 조각, 공예, 목판, 범종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종류 상관없이 불교와 관련된 문화재라면 언제든 전시 및 보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소재가 불분명해 아직 원소장처를 찾지 못했거나 도난으로 해외 유출됐던 성보들이 단기 또는 장기로 머물 수 있는 임시 보존처 역할도 한다.

불교중앙박물관에 1년 동안 다녀가는 방문자 수는 3만 명.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마다 기획전과 상설 전시를 꾸준히 열며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드는 중이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현조스님은 “한국의 국보와 보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교 문화재”라며 “전통문화 계승과 창달에 있어 결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올바르게 보존하고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 불교중앙박물관이 그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조스님.

“문화 시대에 맞는 친근한 성보문화재로”

■ 불교중앙박물관 현조스님

지난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만난 불교중앙박물관장 현조스님은 “불교 성보는 예경과 경배의 대상으로 여법하게 모셔야 한다”면서도 “성보에 담긴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문화 시대에 걸맞게 이를 활용하고,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불교중앙박물관의 지난 10년이 숨고르기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보다 적극적으로 성보문화재 활용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현조스님은 “불교중앙박물관은 지난 10년 간 불교문화재에 초점을 맞춰 성보가 가친 가치를 올바르게 알릴 수 있는 기획전과 상설전을 꾸준히 개최해왔다”며 “이는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한국의 국보와 보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교 문화재로 그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며 “불교중앙박물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활용해 한국 불교의 문화와 역사를 보전하면서도 기획 전시 등을 통해 성보문화재를 대중에 알리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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