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나서면 일상에서 해방된다는 생각은 잠시, 그 순간부터 마음 풀고 사는 집이 얼마나 편안한가를 알게 된다. 불자들이 “절에 사는 스님들도 그래요?” 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스님들에게는 365일이 결제이고 365일을 해제 같이 살 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 어떤 길 위에 있어도 깍은 머리에 회색 옷은 변함이 없더라”고 말이다. 그렇게 아무도 나에게 굴레를 씌우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 어느새 삶의 굴레가 돼 매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가 어긋나면 멈추게 되는 톱니바퀴, 맞물려 있는 톱니 하나하나에 부여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건 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퍼즐 한 조각의 역할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일상을 잠시 멈추고 톱니바퀴에 윤활유를 부여하는 시간이며, 삶의 퍼즐 한 조각에 다른 이야기를 담아보는 시간이다. 이번 성지순례 길은 누구나 서슴없이 말하는 ‘행복의 나라 부탄’이었다. 올해 부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인에게 입국세가 면제된다는 소식에 따라 나선 길이었다. 협곡을 끼고 살포시 내려앉은 부탄 공항에서의 첫 인상은 그지없이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이 ‘아이 러브 부탄’이라는 단어를 연발하게 했다. 

더운 한국에서 멀어지고 상대적으로 느리고 답답했던  인도 공항의 상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웃 종교를 이해하고 체험하기 위해서 자기 종교를 괄호 안에 넣어 두어야 하듯이 이웃 나라를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나라의 모든 상황을 자국의 잣대로 이해하려고 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부탄이라는 나라의 기후와 지리적인 조건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행복의 나라 부탄’ 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산악국가 부탄, 평균 고도가 2000m 이상이다. 해발 3120m 절벽에 건립된 탁상사원, 신심이 아니면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불사에 수희찬탄하며 그곳을 오를 때 흘러가는 구름 위로 목이 쏙 올라와 보살과 중생계를 넘나드는 듯한 신묘한 기분으로 꿈결같이 참배하고 산을 내려오며 영겁의 나를 만난다. 더불어 그곳에서 행복이란 절대적인 가치라는 것, 행복은 만족하는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불교신문3316호/2017년7월22일자] 

진명스님 논설위원·시흥 법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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