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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복날, 개는 억울하다
  •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 승인 2017.07.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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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엎드려 있는 실체는 

개가 아닌 경, 즉 가을의 서늘한 

기운인 것이다

그런데도 복이라는 

개가 들어가는 글자에 악의적인 

스토리텔링이 동반되면서

뜬금없는 개들이 희생 당하고 있다

즉, 복날 보신탕을 먹는 풍습은 

어이없는 스토리텔링이 만들어낸 

비극의 문화사인 셈이다

복날하면 연관검색어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보신탕, 삼계탕, 수박이 아닐까? 그런데 그보다 먼저 드는 근본적인 의문점 하나가 생긴다. 왜 복날은 매년 바뀌는 걸까?

우리의 민속명절에는 설·추석·단오와 같이 음력으로 쇠는 것도 있고, 입춘·동지·하지처럼 양력으로 쇠는 것도 있다. 이외에 특이한 방식을 취하는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복이다.

삼복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간(十干) 중 ‘경(庚)’일과 관련된다. 태양이 가장 긴 하지를 기준으로 그 다음의 3번째에 도래하는 ‘경’일이 초복이다. 중복은 4번째 경일이다. 말복은 하지가 아닌 입추를 기준으로 해서 1번째 경일이 된다. 즉, 경일과 관련된 민간풍속일이 바로 삼복인 셈이다.

삼복의 키워드는 ‘복(伏)’과 ‘경(庚)’에 있다. 먼저 복은 글자가 ‘인(人)+견(犬)’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개가 주인에게 납작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사람과 개의 결합이라는 한자구조는 이후 ‘복날에는 개를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스토리텔링으로 발전한다. 개의 재앙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시작된 것이다.

사실 ‘복’자가 선택된 것은 경일의 ‘경(庚)’자와 관련된다. 경은 오행으로는 금(金)에 해당하는데, 이는 가을의 기운을 상징한다. 즉, 경인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화기(火氣)에 짓눌려 있다는 의미이다. 복날 엎드려 있는 실체는 개가 아닌 경, 즉 가을의 서늘한 기운인 것이다. 그런데도 복이라는 개가 들어가는 글자에 악의적인 스토리텔링이 동반되면서, 뜬금없는 개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다. 즉, 복날 보신탕을 먹는 풍습은 어이없는 스토리텔링이 만들어낸 비극의 문화사인 셈이다.

그렇다면 삼계탕(蔘鷄湯)의 닭은 어떻게 된 것일까? 우리가 흔히 더울 때 쓰는 말 중에 이열치열이라는 게 있다. 이 이열치열을 음식물로 구현한 것이 바로 삼계탕이다.

닭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조류다. 전통 인식에서 새는 양기(陽氣)가 강한 짐승으로 분류된다. 양기가 강하기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 삼은 식물 중에서 강한 양기를 내포한다. 즉, 삼계탕이란 양기에 양기가 더해진 중양(重陽)의 산물인 셈이다. 이를 복날이라는 양기가 치성한 날에 먹음으로써, 불로 불을 막는 이열치열의 상징적인 작전이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복날 삼계탕의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의 합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가뜩이나 무더운 복날에 양기가 충만한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다는 것은 보양보다는 몸을 상하기 쉽다. 여기에 삼계탕은 닭이라는 생명체를 이용한 요리라는 점에서, 불자들은 지양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수박은 한자로는 서과(西瓜)라고 하는데, 서쪽에서 전래한 채소라는 의미이다. 수박은 전통적으로 가장 크고 많은 씨앗을 가졌기 때문에 부귀와 다산을 상징하는 풍요의 과일로 선호됐다. 이로 인해 십장생과 더불어 병풍이나 가구 도안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곤 했다. 이는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에 커다란 수박과 수박넝쿨이 그려져 있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복(伏)날을 복(福)날로 바꾸는 진정한 음식은 어떤 생명의 희생도 동반하지 않는 수박이 아닐까한다.

[불교신문3316호/2017년7월22일자] 

자현스님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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