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없이 보시를 해야 

복덕이라는 관념이 없어 

마음에 지혜도 생기는 것… 

“수보리여, 그대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써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그 인연으로 얻는 복이 많지 않겠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그 인연으로 얻는 복이 매우 많습니다.” “수보리여, 만약 복덕이 참으로 있다면 여래가 복덕을 얻음이 많다고 말하지 않겠지만, 복덕이 없는 까닭에 여래가 얻는 복덕이 많다고 하는 것이니라.”

제19분은 온 우주의 중생(法界)을 모두 교화하는 방법(通化)에 대한 말씀이다. 교화(敎化)란 괴로움으로부터 해탈시키는 것을 뜻하므로, 어떻게 하면 모든 중생을 남김없이 해탈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중생들이 있는데, 이들 중생들을 다 교화하는 것이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원(願)이며 불제자의 사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중생들을 다 교화할 수 있겠는가?

불교의 해탈(解脫), 즉 ‘괴로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는 이 경지는 해탈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참 막연한 말이다. 그래서 어떤 조건에서건 항상 편안하고 자유로운 ‘영원한 행복’이라는 말로 바꿔 설명해 보기로 한다. 

만약 풍부한 재물이나 높은 지위로 ‘영원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면 부자나 고위층이 행복할 것이고, 뛰어난 지식이나 힘으로 ‘영원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면 학자나 힘센 사람이 행복할 것이며, 아름다움이나 젊음으로 ‘영원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면 미인이나 젊은이가 행복할 것이고, 적게 가지거나 가지지 않는 것으로 ‘영원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면 가난한 사람이나 걸인이 행복할 것이다.

이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친 현상적인 것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부처님께서 펼쳐 보이려고 했던 영원한 행복인 해탈과 열반이 아니다.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길에는 어떤 차별이나 치우침이 있어서도 안 된다.

좋은 예가 있다.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였던 가섭존자는 밥을 얻을 때 항상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서 탁발(托鉢)을 했고, 아난존자는 부자들에게 가서 탁발을 했다. 아 사실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두 제자를 불러 그 까닭을 물어본즉, 가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덕을 지을 기회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며, 아난은 가난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그들에게 밥을 얻는 것이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부자들에게 갔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모두가 다 각기 괴로움을 지닌 중생이니 앞으로는 차례대로 탁발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현상적으로 천차만별인 중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마음이다. 어떤 처지에 있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마음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앞에서 누누이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이 마음을 어떻게 쓰며 어떻게 가꾸는가를 알면 되겠다. 그래서 앞에서는 여섯 가지 실천인 육바라밀을 설명하시어 마음공부를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위 본문을 보면 부처님께서 일반적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셨다. 바로 다음 구절이다.

“만약 복덕이 참으로 있다면 여래가 복덕을 얻음이 많다고 말하지 않겠지만, 복덕이 없는 까닭에 여래가 얻는 복덕이 많다고 하는 것이니라.”

일반적으로는 ‘복이 진짜 있기에 많다고 하는 것이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반대로 말씀하셨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보시를 하면 당연히 복덕이 생긴다. 하지만 복덕에만 집착하면 절대자유와 영원한 평화로서의 참 생명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보시를 깨달음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시로 인한 복덕이라는 관념이 마음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진짜 보살은 언제나 집착 없는 보시, 즉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하기에 복덕이라는 관념이 없으며, 관념이 없는 마음에 지혜가 생겨 사라지지 않기에 ‘복덕이 많다’고 하신 것이다.

복덕과 지혜는 새의 양 날개와 같아서 한쪽만으로는 날 수 없다. 복덕도 쌓고 지혜도 열리는 수행을 해야만 비로소 진짜 보살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마음의 경지인 것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이처럼 마음공부를 하면 모두 행복해진다.

[불교신문3316호/2017년7월22일자] 

송강스님 서울 개화사 주지 삽화 박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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