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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손편지 (11) 연로한 부모님의 행동“엄마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스님 저(김연지, 38, 여)는 3년 전부터 친정엄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엄마가 처음 1년 동안은 사위 눈치, 딸 눈치 보인다 하시면서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위에게 조차 폭풍 잔소리를 하시며 함부로 대하고, 저에게도 수시로 섭섭하다 하면서 어린 손자들이 보든 말든 큰 소리를 내기 일쑤입니다. 엄마 심기 살피랴, 남편 눈치 보랴, 아이들에게 변명하랴, 늘 긴장하고 예민해지다 보니, 친청엄마가 원망스럽고 미워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지 씨는 만약 친정엄마와 남편이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하겠습니까? 얼른 대답이 안 나오죠? 잠깐이라도 따져볼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 친정엄마는 딸인 연지 씨와 사위 중에서 누구를 먼저 구하실까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딸인 연지 씨라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사랑을 굳이 저울로 따져 보자면 그 무게의 차이만큼 연지 씨는 친정엄마의 사랑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는 셈입니다. 엄마들은 늘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태고 보태는 것이 숙명이기도 하고요. 친정엄마가 연지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모르지만, 연지 씨가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아질 것입니다. 친정엄마의 마음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연지 씨를 곤란하게 하고, 힘들게 하시고 싶겠어요. 어쩌면 연지 씨가 친정엄마에게 요구하는 마음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요? 내가 엄마를 모시고 있으니 엄마는 나에게 무조건 고마워해야 하고, 엄마를 받아준 사위에게는 납작 숨죽여 살아야 하고, 외손자들에게도 방해되지 않게 그저 그림자처럼 계시기만을 바란 것은 아닌지요?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사람이 50대까지는 이치에 해박하지만 60대부터는 결단력이 없어지면서 70대, 80대, 100대가 가까워질수록 감각기관이 쇠퇴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친정엄마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연지 씨가 기대고 의지하던 젊은 엄마의 몸과 마음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지 씨의 요구대로 행동하시기를 바라는 것은 유치원생에게 100M를 15초에 뛰라는 것과 같습니다.

연지 씨! 엄마와 딸은 말이 필요 없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깊은 상처를 받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에 무심한 딸에 대한 엄마의 섭섭함은 서운함을 넘어 서럽기까지 하셨을 것입니다. 그 서러움을 이치에 맞게 표현하시지 못하니까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신 것입니다.

우선 친정엄마의 말에 반박하거나 억누르려고 하기 보다는 마음껏 말하시도록 하세요. 당신이 무시당하거나 눈치 보는 일없이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가지시도록. 또 엄마의 손을 많이 잡아드리세요. 두렵고 외로울 때는 항상 손 잡아주는 딸이 있어서 안심이라는 생각이 드시도록.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엄마와 단 둘이서만 산책, 외식, 영화보기 등 집 밖에서의 시간을 가지세요. 친정엄마와 딸만의 오붓한 시간 속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마음껏 느끼시도록. 친정엄마의 행복이 연지 씨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법구경>에 말씀하셨습니다. “뉘우치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행한 일을 뉘우치지 않고 즐거워 웃으면서 그 보상을 받게 된다면 이런 행동은 잘 한 것이다.”

연지 씨가 날로 연로해지시는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을 연지 씨 아이들도 그대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 3316호/2017년7월24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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