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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동 기자 사찰숲길을 거닐다] <17> 공주 마곡사 백범 명상길나라 걱정하며 걷는 백범길에 솔바람이 인다
  • 마곡사=여태동 기자
  • 승인 2017.07.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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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교를 지나 군왕대로 가는 길목의 소나무 숲. 백범선생의 독립의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백범 선생의 독야청청한 기상을 닮은 듯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사위는 고요했다.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공주 마곡사 백범 명상길. 영은교를 지나 군왕대로 향하는 길은 산새의 지저귐도 잠시 멈춰 있다. ‘명상길 초입쉼터’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일은 기이한 일이 아니나,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로다.”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1896년 3월 황해도 안악 치하포에서 명성황후의 시해에 가담한 쓰시다를 살해하기 전에 다짐하며 곱씹은 말이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백척간두에서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하는 마음과 흡사하다. 사고의 발상을 통해 조국과 민족을 위한 대업을 이루려는 독립투사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백범 선생은 기어이 쓰시다를 살해한 후 그해 10월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으로 간다. 하지만 2년 후인 1898년 3월 탈옥을 감행한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소소한 일들은 내려놓아야 하는 법. 백범 선생은 이러한 백척간두진일보의 마음으로 구국을 위해 자신을 던졌다. 그 후 백범 선생은 전국을 떠돌다가 마곡사에서 출가수행자가 된다. ‘원종스님’이라는 법명을 받은 백범 선생은 산내암자인 백련암에 기거하며 오매불망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백척간두 진일보의 간절함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겼으리라. 

극락교에서 옆에서 바라 본 마곡사 전경.

마곡사는 몇 해 전부터 ‘백범 명상길’을 개설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마곡사 입구에 명상길을 안내하는 나무표석이 눈에 잘 들어온다. 명상길 1코스와 2코스, 3코스(풀코스)가 엇갈린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다. 백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 때는 출가수행자의 길을 갔던 ‘원종스님’으로 마곡사에 주석했다. 그 인연으로 마곡사에서는 추모다례재도 봉행하고 있다. 

명상길의 첫 발길은 마곡사 대웅전이다. 백범 선생은 조국 광복 후 이곳 마곡사를 다시 찾기도 했다. 대광보전에서 여러 애국지사들과 찍은 사진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이 담겨 있는 것은 대광보전을 바라보는 좌측에 서 있는 향나무 한 그루다. 백범 선생은 해방 후 마곡사에 와서 대광보전 주련에 새겨져 있는 “각래관세관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주련을 보고 감개무량해 스님생활을 하며 조국독립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일을 생각하며 향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7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훌륭한 성인목이 되어 마곡사 앞마당 한 켠을 지키고 있다. 

향나무 좌측에는 백범당이 조성돼 있다. 백범 선생이 출가했던 장소로 알려진 이 곳은 원래 건물이 없었으나 역사적인 고증을 거쳐 조성했다. 마곡사에 은거했던 짧은 출가수행 기간이었지만 백범 선생이 남긴 족적은 여러 곳에 남아 있다. 

명상길 1코스에 접어든다. 대광보전 뒷길에 연결된 능선. 길은 덥고 습한 기운을 잔득 품고 있다. 삭발바위 안내판이 나온다. 백범 선생이 이곳에서 삭발했다고 한다. 탈옥 후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은거하다가 마곡사에 몸을 의탁했다. 마곡사의 지정학적 위치가 우선 은거하기 좋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상투가 잘려 나갈 때 기분을 ‘백범일지’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削刀)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출가수행자가 된 백범 선생은 산내암자인 백련암에 기거하며 경전을 배우며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이 기간을 혹자는 독립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은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가수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은거만을 위해서라면 고된 수행의 길을 걸어야하는 스님이 될 필요가 있었을까. 오랜 피신생활을 위한 방편으로 스님의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백범 선생이 평소에 가졌던 불교에 대한 호감도 한 몫 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삭발바위를 지나 계곡을 오른다. 능선을 따라가던 길이 끝나고 나무다리로 연결된 대로를 만난다. 여기에서 곧장 가면 영은교를 지나 전통문화연수원에 이른다. 연수원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돌아와 영은교 좌측으로 이어진 오솔길에 접어든다. 군왕대로 이어지는 명상길 1코스다. 

백범 명상길에서 만난 거대한 상수리나무. 백범 선생이 스님생활을 하고 있을 때도 이 자리를 지키며 스님을 맞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참을 걸어 올라도 군왕대는 보이지 않는다. 토굴암을 지나 산등성이를 돌고, 산능선을 타고 한참 내려온 뒤에야 군왕대를 만날 수 있었다. 간간이 거대한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 산중턱과 능선에는 백범 선생이 활동할 시기에도 그 자리를 지켰을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다. 철갑을 두른 듯 늠름한 모습으로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나라를 잃은 애국지사들이 온몸을 불살라 이루려 했던 독립을 염원했던 결기를 닮았다. 수령이 몇 백 년은 될 법한 상수리나무 아래에 서 본다. 백범 선생이 이 오솔길을 오르며 만났을 법한 나무다. 후두둑 떨어지는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나라 잃은 설움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군왕대에 이르니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천하의 명당임이 느껴진다. 군왕이 날 자리라고 하여 수많은 이가 조상의 무덤을 조성했지만 조선말기에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암매장한 유골을 모두 파내고 돌을 채웠다고 한다. 아무리 명당자리라도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그 누구의 자리도 되지 않고 비워져 있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컬한 생각이 든다. 

마곡사로 들어오는 입구인 극락교. 백범 선생은 원종스님으로 이 다리를 건너 마곡사의 주법당인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을 드나들며 불제자의 삶을 살았다.

명상길 2코스를 오른다. 이 길은 마곡사에서 영은암, 은적암을 거쳐 백련암에 이르는 길이다. 백련암에서 활인봉을 오르는 길도 있지만 이번에는 백련암에서 멈춘다. 천연송림욕장과 은적암으로 이르는 길은 자동차 길이다. 은적암에서 백련암에 이르는 길은 오솔길이다. 백련암 주지 스님은 “이 길이 진짜로 백범 선생이 다니셨던 길입니다. 왜냐하면 원종스님으로 이곳에 주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백범 명상길을 둘러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 그냥 백범명상길만 걷는 것만으로는 백범 선생의 진면목을 알 수가 없다. 이왕 백범명상길이 만들어져 있다면 백범 선생이 활동했던 상해 임시정부같은 건물을 재현해서 백범 선생의 온전한 독립정신을 후손들에게 알리는 교육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범 선생이 스님이 되어 주석했던 암자 백련암.

TIP  걷기 안내

백범 명상길은 1코스와 2코스 및 3코스(풀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1코스는 마곡사에서 시작된다. 백범당(백범 선생 기념관)을 관람하고 그 옆에 있는 기념식수인 향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어 계곡을 끼고 산능선을 오르면 삭발바위에 이른다. 조금 더 지나면 방부목으로 조성된 다리를 지나 마곡사 템플스테이관에 이른다. 이곳에서 영은교 좌측길로 접어들어 군왕대를 거쳐 산신각에 이르는 길로 거리는 총3Km 정도다. 시간은 약50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천년송림욕장(송림숲길)에서 은적암, 백련암을 둘러보고 활인봉을 거쳐 생골마을(약초마을)을 거쳐 마곡사로 오는 코스다. 이 길은 약 5Km가 소요되며 시간은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3코스는 2코스를 거쳐 나발봉을 경유해 1코스로 도는 풀코스다. 거리는 11Km 정도이며 소요시간은 3시간30분이다. 백범명상길은 일찍 마곡사에 도착해 하룻만에 돌아볼 수도 있지만 한국문화연수원이나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며 하룻밤을 지내면서 돌아보면 체험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불교신문3315호/2017년7월19일자] 

마곡사=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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