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조계종 불교음악원장 인터뷰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

국악 작곡가이자 지휘자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최초의 사나이’라는 별명에 맞게 또 다시 ‘첫’ 타이틀을 달았다. 재가자로서는 처음으로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에 임명된 것. 백발 성성한 모습이지만 다부진 체구에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박범훈 원장은 “불교 음악이 고유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감동을 주며, 우리네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불교 음악은 반드시 불교에만 국한하지 않아요. ‘회심곡’ ‘탑돌이’ 등의 민요는 불교에서 나왔다는 것 잘 알고 있죠? 염불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가요. 불교 음악을 보다 폭넓게 더 많은 곳에 알리려면 먼저 ‘불교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해나가야 해요. 음악원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불교 음악을 하나로 모으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부터 시작할 겁니다. 한마디로 ‘불교 음악 되찾기’라고 할 수 있죠.”

불교음악원은 불교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조계종 종령 기구다. 지난 2015년 설립됐다. 찬불가 정도로만 알려졌던 불교 음악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체계적인 교육 기틀 등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피아노와 같은 서양악기 일색인 찬불가 연주에서 벗어나 국악을 기반으로 한 불교음악의 전통을 지키려는 것이 주된 목표.

그간 종단 안팎으로는 불교음악원의 초석을 다지고 다양한 빛깔을 입히는 데 박범훈 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범훈 원장은 “영산회상이나 염불이 엄연히 궁중음악과 민속음악, 한국 전통음악의 한 뿌리로 자리잡아왔다는 점에서 불교 음악이야말로 한국 전통음악인 국악과 떼려야 뗄 수 없다”라며 “한 사람의 불자로서 역사적인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인생의 8할을 오로지 ‘국악’으로 채워온 인생이다. 지난 53년 동안 박범훈 원장은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서양 오케스트라의 형식을 차용한 국악관현악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1987년에는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창단했고 1995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을 맡았다. 국내 최초의 국악유치원, 국악예술학교, 중앙대 국악대와 국악교육 대학원 설립을 주도한 이도 그다. 찬불가 34곡을 엮은 ‘뭇소리 찬불가’ 등의 앨범 발매는 물론 <한국불교음악사연구>를 집필하는 등 불교와의 인연도 깊고 끈끈하다.

그런 박범훈 원장이 불교음악원에 가지는 관심의 초점은 두 가지. 역사성·정체성 확립과 교육·연구다. “예불 의식 때 쓰이는 불교 음악이 사찰 마다 전부 다 다르거든요. 찬불가를 새로 만들어내고 불교 음악을 다루는 전문가들을 길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정체성 확립이 먼저 입니다. 이를 먼저 정립하고 나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재가불자를 위한 전문 교육도 중요하지만 스님들 위주로 불교 음악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겁니다. 봉은사 국악합주단 단원이 지금 15명 정도인데, 적어도 5~6개 사찰에서 이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거에요.”

정체성 확립을 재차 강조하는 박범훈 원장에게 불교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박 원장은 “불교음악은 그야말로 ‘불교음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가요든, 관능적 분위기의 재즈든, 신명나는 리듬의 국악이든 그 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면 어떤 형식을 띄고 있든 불교음악이라 할 수 있다는 것. 박 원장은 “이름만 ‘불교음악’이라고 붙여 놓고 찬불가다 뭐다 하는데 그건 불교음악이 아니에요”라며 “그 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있어야 진짜 불교 음악이죠”라는 진지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반드시 필요한 일,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이 불교 음악의 역사성 정립과 전승, 보존, 보급이에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인만큼 저 또한 그간의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할 겁니다. 종단에서도, 한국 불교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내는 데 도가 튼 박범훈 원장이 이끄는 불교음악원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7월17일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앞으로 2년. 사진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왼쪽)과 박범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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