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스님들은 탁발로 음식물을 얻는다. 부처님 재세시의 전통에 따라 이른 아침 나란히 발우를 들고 시내를 걸으면서 신도들이 건넨 음식을 받아 끼니를 해결한다. 그렇다보니 음식물의 내용과 질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런 태국에서 지난 5월,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을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대승불교권과 달리 직접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태국 불교계에서 왜 사찰음식 강연을 연 것일까.

선재스님은 “최근 들어 화학조미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태국 스님들의 건강이 심각히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가정에서 조미료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각종 피부병과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불교계의 고민은 “화학조미료로 인해 스님들도 병이 나는데, 이런 음식을 더 자주 접하는 신도들의 건강도 좋을리 없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들이 음식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고 있어야 신도들과 법문이나 대화를 하면서 잘못된 음식문화를 일깨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찰음식 문화가 발달된 한국의 스님을 초청한 것”이라고 한다. 외국에서조차 우리의 사찰음식 문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는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찰음식 문화다. 식재료의 원 성품을 최대한 살리면서, 몸에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사찰음식의 기본 정신이다.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각종 보양식을 찾는다. 더위로 인해 지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소위 ‘몸에 좋다’는 다양한 음식을 찾는다. 보양식이란 것이 대부분 육류를 활용한 음식이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보양식으로 인해 몸에 탈이 나기도 한다. 이에반해 사찰음식 전문가 스님들이 책을 통해 몇몇 보양용 요리를 소개하지만, 대중의 기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중의 잘못된 식생활 개선에까지 관심을 갖는 태국 불교의 모습처럼, 한국불교도 우리 사회에 유익한 문화 자산을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찰음식의 정신을 살리되, 대중적인 메뉴를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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