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마음 명상으로 위로하는 힐링도량

부산 용두산에 자리한 미타선원은 불자뿐 아니라 시민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도량이다

관광도시 부산, 그 중에서도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복동 한가운데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도량이 있다. 빽빽하게 늘어선 빌딩나무를 지나 용두산 공원을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마음 편한 절 용두산 미타선원을 만날 수 있다.

용두산 공원 초입에 위치한 미타선원(주지 종호스님)은 올해 창건 20주년을 맞았다. 전래되는 기록과 전언에 따르면 1678년 용두산 공원 부근 당시 조(한)·일 교류의 중심지였던 초량왜관이 개관할 때 미타선원이 위치한 자리에 대마도 영주의 발원에 의해 관음기도도량인 ‘변재천사’가 건립된 것이 시초다. 광복 후 수십 년간 그 면모를 상실했으나 1998년 일행 이태호 거사가 부모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새롭게 도량을 정비해 미타선원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2008년 영도대선사의 유지를 받들어 설립한 영도문화재단에 희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명상상담심리학회 부산지부인 미타선원은 ‘명상포교’로 유명하다. 경제적 성장과 반비례로 여유를 잃고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치유 명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일반인 대상의 ‘행복한 명상치유교실’, ‘마음치유명상’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스트레스, 우울, 불안을 불교의 수행방법인 명상으로 극복해 고요와 평안을 되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외에 어린이청소년명상캠프, 명상으로 보는 나의성격 ‘명상과 에니어그램’, ‘마음 꽃 그리기교실’, ‘행복 인문학교실’, ‘마인드노래교실’, ‘바디 힐링교실’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타선원 명상 프로그램은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나사랑’과 ‘내 꿈 찾기’가 있다. ‘나사랑’은 부산광역시교육청 지원으로 진행하는 대안교육 지원프로그램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명상으로 마음치유를 돕는다. ‘내 꿈 찾기’는 부산시 중구청과 협약을 맺어 진행하는 명상진로캠프다. 어려서부터 공부 압박감에 짓눌려 꿈의 길에서 헤매는 아이들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 가고 싶은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미타선원이 명상으로 일반인과 불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요인은 불교를 내세우거나 불교 색채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에 있다. 명상의 뿌리는 불교이자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과정에서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현대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내면의 나’를 만나 이해하도록 돕기에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 인증과정 ‘에니어그램에 기초한 고집멸도’ 강좌도 매년 열리고 있다. 현재 80여 명의 스님을 배출했으며 불교형 에니어그램을 기초로 하는 명상상담으로 사찰운영과 상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대인들의 마음치유에 이어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사회복지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동삼종합사회복지관과 수영노인복지관 운영 사찰인 미타선원은 사회복지법인 불국토를 통해 해마다 2000만원씩 복지기금을 후원했고, 올해부터는 5000만원으로 후원 금액을 확대했다. 2012년부터 매년 이웃돕기 성금 300만원을 중구청에 기탁해왔으며 청소년 장학사업 및 행복공감평생교육원을 통해 청소년 인성계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점도 눈에 띄는 활동이다.

미타선원은 단단한 신도회로도 유명하다. 일상 법회와 기도를 담당·주관하는 7개의 자율적인 신행단체가 모인 ‘미타선원 1080만다라 가족회원’이 있다. 각 신행단체는 사찰 발전을 위해 기획과 홍보, 공지 등 법회운영 전반을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각 법회의 소임불자들은 사찰운영위원회 및 운영 실무에 동참한다. 사찰운영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가족회원제도로 각 신행단체별로 매달 정기법회를 갖는다. 

단단한 신행 프로그램 외에도 7년째 운영 중인 시민선방 ‘안심당’은 미타선원의 자랑거리다. 시민과 불자들의 수행정진 공간을 마련하고 참선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선방은 평균 30여 명의 재가불자들이 매일 정진한다. 

이웃돕기와 포교 활동을 지원하며 자비를 실천하는 미타선원. 창건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개산대재에서 1053만원의 기금을 기탁했다.

평일의 고요함을 지나 한 달에 한 번 미타선원 도량이 어린 천진불로 가득 찰 때가 있다. 20명의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어린이 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도량이 활기로 가득 채워진다. 법회는 인성교육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과 도자기 체험, 음식 만들기 등 미타선원 불자들의 재능보시로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을 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참여율이 높다. 자유로운 활동 뒤에 이어지는 명상 덕분에 산만했던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학교생활도 더욱 열심히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타선원은 곳곳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자로 된 경전을 한글로 바꾸고 한글 법요집 제작에 노력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적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먼저 변화하고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 주지 종호스님의 지론이다.

불자들과 소통하고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있는 미타선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배하고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도심 속 사찰로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불교신문3314호/2017년7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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