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본부 시민단체 초청 좌담회

지난 7월12일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백년대계본부 시민단체 초청 좌담회’

“어떤 사람들은 현실의 불교가 무너지면 더 좋은 대안불교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차라리 망해버려라’고 제집에 돌을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상 이치 모르는 심한 착각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변화의 흐름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대안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지 않았는데, 어딘가에 저절로 열매가 맺힐 리 없다.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에 게으른 분노는 아무리 정의 혹은 유신으로 포장된다 한들 기껏해야 파괴를 가져올 뿐이다(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조계종 백년대계본부(공동본부장 도법 호성 금곡스님)가 시민단체 초청 좌담회를 지난 12일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열고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그간 재야에서 불교적 사회변혁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활동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세세하고 그럴듯한 전략이나 비전보다는, 불교의 현주소를 제대로 성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단순히 제도권의 스님뿐만 아니라 사부대중 전체의 자성이 먼저라는 의견도 많았다. 무엇보다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핵심으로 자리했다.

"시스템의 근대화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의 회복"

궁극적으로 일체중생의 안락을 위해 불교가 존재하는 만큼 수행공동체만이 희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사찰은 마을공동체나 도시공동체의 중요 거점역할을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활동으로 주민교육, 지역자립경제, 대안에너지 개발, 풀뿌리자치, 협동조합, 종교연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시스템을 근대화하는 것만으로 미래종교를 만들어갈 수는 없다”며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수지하는 승가공동체의 다양한 사고들이 지원되고 격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향민 인드라망연구소장 역시 “평화의 힘을 키워 세상을 가꿔 갈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최근 승가를 본받아 포살(布薩)을 실시하고 있는 재가불자들의 움직임을 높이 평가했다. 이 소장은 “화합을 이루는 포살과 대중공사는 불교공동체가 가진 훌륭한 자산”이라며 “‘발전’이라는 표현이 최근 ‘순환’으로 변화하듯 현상을 평가하는 잣대에 맞춰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소한 관리와 행정의 틀을 탈피해 지역사찰이 주민들이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돼야 한다는 요지다.

‘진솔함’을 미래불교의 화두로 내세우기도 했다. 유지원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위원장은 “날로 발전하는 언론매체와 통신수단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더 이상 ‘척하는 것’에 속지 않는다”며 “스스로 행할 생각이 없는 대안은 마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꼬집었다. 모든 병폐와 갈등이 ‘기승전-총무원장’으로 귀결되는 세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씨는 “최고 권력자만 잘 뽑으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총무원장만 잘 뽑으면 만사형통일까?"

사회를 맡은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은 공동체를 지속케 하는 공심(公心)에 무게중심을 뒀다. “총무원을 ‘공무원 조직’처럼 볼 뿐 종교조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신심(信心)이 밑바탕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신심에 근본을 두지 않은 종교단체는 일반 복지단체나 사회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밝힌 대로 종단에 대한 집요한 비난을 교리적 관점에서 나무란 정웅기 위원장의 발언이 유독 돋보였다. “그렇게 하여 기성의 불교가 파괴되면, 제일 먼저 그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비난 심지어 수많은 협잡까지도 그들이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는 이 공동체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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