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1 (2017).7.23 일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출판&문학
“마하가섭이 대머리라고?” 쉿! '불화의 비밀'

세 번째 ‘비밀’ 시리즈 펴낸 자현스님

삼국시대 벽화에서 조선시대 괘불까지

1600년 이어온 한국불교회화사 담아내

 

단순한 옛 그림, 문화재로 보기보다

‘부처님가족사진’ 보듯 쉽게 이해해야

 

“마하가섭이 대머리라는 것은 대칭되는 곳에 위치하는 아난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난은 삭발을 했어도 푸른색으로 머리카락의 자리가 표현되지만 마하가섭 도상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신선도에서의 신선 표현은 대부분 대머리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중국불교에서 도교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마하가섭의 도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즉 마하가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에서 대머리가 되고만 것이다.”

우리가 때마다 마주하는 사찰 곳곳의 그림은 그냥 그려진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불교 미술로 꼽히는 대형 불화, ‘괘불도’가 한 때 크게 유행한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달래고 전쟁의 고통을 겪은 민중과 함께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면에서 대형 걸개그림인 괘불의 등장은 당시의 불교 신도가 불전에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사찰의 비밀>, <스님의 비밀>에 이어 세 번째 비밀 시리즈를 펴냈다. <불화의 비밀>은 삼국시대 벽화에서 조선시대 괘불까지 한국 불화에 숨겨진 코드를 하나씩 풀어가는 책이다. 그간 대부분의 불교 미술 서적이 그림 속 의미를 해석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면 <불화의 비밀>은 불교학, 동양철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온 자현스님이 불화에 얽힌 역사, 숨은 이야기 등을 다각점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책이다.

‘호류지 금당벽화는 담징이 그린 것일까?’ ‘왜 하필 영축산인가’ ‘조선 후기에 사천왕의 방위와 명호가 바뀐다고?’ 한번쯤 궁금해봤을 법한 질문들. 저자는 불화를 딱딱하게 해석부터 하기보다 그 안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와 일정 도상에서 반복되는 법칙 등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영산회상도, 아미타불회도, 신중도, 지장보살도, 시왕도, 팔상도 등 한국 불화를 대표하는 9개 종류의 불화를 중심으로 각 부분도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비롯해 일정 공식들을 풀어놓는다. 한국의 불교회화사를 고대 인도인들의 사고방식, 인도와 중국의 신화, 도교와 유교 사상 등과 연결 짓기도 한다. 부분도를 포함한 350여 컷의 도판은 박물관 못지않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표현의 근거를 불교 교리나 경전에서 찾는 데 멈추지 않고 인도, 중국, 한국에 이르기까지 통사적 시작으로 분석해 낸 자현스님의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지난 3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새겨 넣어 화제가 된 청양 장곡사 감로도(甘露圖). ‘감로’는 죽음을 극복하는 불사의 음료로 모든 고통을 여의고 행복을 성취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언뜻 보기엔 매우 복잡하지만 감로도의 핵심은 7여래가 베풀어 주는 ‘감로’를 통해 무재아귀가 천도되는 것에 있다. 크게 구원의 부처님을 모신 상단, 감로를 받고자하는 아귀들이 표현된 중단, 당시의 생활상을 나타내는 하단 등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때문에 현대에 조성된 감로도 하단에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모습 등이 포착되기도 한다. ‘감로도’를 보는 소소한 즐거움은 이 하단에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현스님이 알려주는 ‘불화 읽기 공식’은 단순하다. 언뜻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종교 미술의 특징 중 하나는 대동소이한 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데 있다. 그 법칙성만 이해하면 일견 복잡한 듯 보이는 불화도 한 꺼풀 베일을 벗는다. 자현스님이 알려주는 공식을 따라 불화에 새겨진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불화의 암호, 지문을 해독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이 제 아무리 사용자 편의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해도 아마존에 있는 원주민에게 덥석 줘봤자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역사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무언가를 사용하기 이전에 선행돼야 할 필수 과정이다. 불화도 마찬가지. 저자는 불화의 역사를 앎으로써 그 안에 담긴 지문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는 안목에 근육이 만들어지면 불화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작 비밀 시리즈에서부터 ‘쉬운 읽기’를 강조해온 저자다. 불교 미술의 여러 분야 중 가장 많은 등장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불화를 ‘부처님 가족사진’이라 부르는 자현스님이 1600여 년을 이어온 믿음의 기록을 쉽고 재미있게 안내했다. 책을 덮고 나면 불화가 그저 복잡하고 어렵지만은 않은 그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그저 지나쳐온 사람도 “불화에 대해 좀 안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