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자 시설 도담하우스

입소자 상당수가 20세 미만으로

부모 보살핌 받지 못해 이중고苦

취업ㆍ검정고시 등 자립 지원…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설립 준비

세탁기ㆍ냉장고 등 물품후원 절실

 

이매옥 이사장은 도담하우스에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라는 의미를 담아 태극기를 걸어준다고 한다. 사진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태어난 42명 아기들의 생일을 기록한 모습이다.

아이를 갖는 것은 축복이지만, 준비 없이 한 임신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히 엄마가 될 이가 미성년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결코 곱지 않다. 자신도 아직 성장해야 할 나이임에도 생명을 지켜낸 용기와 노력을 칭찬하기보다 ‘문제아’로 낙인찍는 경우가 더 많다. 의지가지없는 미혼모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있는 불교계 유일의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인 도담하우스를 지난 10일 찾아갔다.

마천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도담하우스는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여느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매옥(63) 사단법인 깨달음과 나눔 이사장은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지난 2015년 도담하우스를 열었다. 총 면적은 172.56㎡로 생활실, 사무실, 상담실, 의무실, 조리실, 산후회복실, 교육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생활복지사, 간호사, 조리사 외에 상담사도 상주하며 심신의 건강을 책임진다. 또 출산 전에는 태교에 집중하도록 하고, 출산 후에는 육아와 이유식 만들기 등 엄마가 돼가는 과정을 가르친다. 개원 2년 여간 이곳을 거쳐 나간 이들은 100여 명으로, 42명의 아기가 세상으로 나왔다. 요즘엔 7명의 엄마들이 생활하고 있다. 4명은 지난달 출산을 해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고, 3명은 출산을 기다린다.

다가구주택을 사서 전세를 놔도 십 수억을 벌 수 있을텐데 왜 미혼모자 시설을 세웠냐고 묻자 이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들었다. “꽃 같은 아이들 300여 명이 수장되는 것을 보고 가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슬퍼하지만 말고 인간방생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도담하우스를 열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미혼모 상당수는 미성년자로 17세부터 20세 미만이다.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밖에서 생활하다가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면서 도담하우스에 도움을 청해 온 아이들이다. “아직 어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해 출산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함에도 사회적 시선은 냉정하기 짝이 없다”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야 말로 수행한 불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도담하우스에서는 모두가 식구처럼 지낸다. 실제로 복도에서 이 이사장 목소리가 들리자 각 방에서는 “할머니 왔다~”며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들에게는 친정엄마로, 아기들에겐 외할머니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존재인 것이다. 엄마들에게는 틈틈이 용돈도 준다. 부처님오신날 절에 등을 밝히는 대신 “출산으로 세상을 밝히느라 고생했다”며 등값 3만원을 엄마들에게 나눠줬다. 얼마 전 하계수련회에서는 노래자랑을 열어 3만원 씩 상금을 줬다. 생일상도 차려줬다. 따끈한 미역국에 백설기까지 차려주니 “생일상을 처음 받아본다”며 눈물을 흘린 입소자도 있었다. 한 입소자는 “1000원짜리 한 장 귀할 때인데 자식처럼 용돈을 주는데 놀랍고 고마웠다”며 “세상에 혼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담하우스에서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나 역시 베푸는 삶을 살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주는 따스함을 잊지 못해 퇴소자 10명 중 8명은 찾아와 인사한다. 취직했다고 인사하고 검정고시 준비한다고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아기들에게 필요한 분유냐 기저귀도 나눠주고, 엄마들 산후검사도 돕는다.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자랑을 하러 오면 장학금도 쥐어준다. 며칠 전 한 엄마는 첫 월급으로 8000원짜리 과자를 사왔다. 1시간 반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으로 산 비싼 과자를 그냥 받을 수 없었던 이 이사장은 과자 값에 용돈까지 얹어 주며 돌려보냈다. “자식에게 했던 작은 보살핌에도 아이들은 사랑받는 느낌을 받으며 행복해 한다”며 그런 보람으로 도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이사장은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 5세대를 수용할 공간도 마련했다.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들을 위해 역시 사비를 내어 마련한 것이다. 미혼모자생활시설 특성상 입퇴소가 빈번하다. 산달 한 두 달 전에 들어와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데 법정시설에서는 1년간 생활할 수 있다.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정처 없이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아이와 함께 사회로 나온 미혼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생활고로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결심이 흐트러지는 것은 명약관화다. 이 이사장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자립마련에 힘을 보태는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설마련을 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절에 다닌 지 40년이 넘었는데 그 중 절반은 자식을 위해 기도했고, 지난 19년은 남을 위해 기도했다”는 이 이사장은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게 아니라 좋은 말고 행동으로 베풀 수 있고, 세끼 먹을 것 두 끼만 먹고 나눌 수 있다”며 미혼모자는 물론 이웃에게 베푸는 불제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3314호/2017년7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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