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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와로운 한정식, 우리 밥상 아니다

한식의 도(道)를 담다

김상보 지음/ 와이즈북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한식(韓食)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 선조인 맥족이 재배한 콩으로부터 한반도의 장문화가 탄생한 것을 비롯해 300년 전 고추 전래로 비로소 김치 형태가 완성됐고, 이로써 형성된 매운맛 선호가 각종 탕과 무침을 비롯한 수많은 한식 찬품을 탄생시켰다는 음식 변천사는 흥미롭다. 우리의 밥상차림이 중국 흉노족과 고대 한나라의 밥상에 그 연원이 있다는 식문화사적 계보도 재미있다. 더욱이 최근 종교를 초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불교문화인 ‘사찰음식’도 한식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평생 한식의 계보를 추적해온 한식학자인 김상보 한식재단 한식정책 자문위원은 최근 출간한 <한식의 도(道)를 담다>에서 고대 동아시아 식문화사, 비교문화, 종교민속론, 재배학, 전파교류사까지 파고들며 한식의 기원과 변천사를 규명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한식은 오늘날처럼 기계적인 세계관으로 만들어내는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만드는 이와 먹는 이의 정신이 서로 연결된 음식윤리에 입각한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고 조리하고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에는 식(食)의 철학이 담겨 있다”면서 만드는 이와 먹는 이의 관계성이 사라진 오늘날의 식문화 속에서 현대인들이 한식의 정신과 가치를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우리 선조들의 식(食)의 철학은 음식에서 도리를 지킨다는 ‘음식지도(飮食之道)’였다.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때에도 욕심과 집착을 경계하는 마음을 유지하고자 했다. 검박한 생활은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는 선비들까지 실천하는 식의 규범으로, 수행의 가치를 담은 사찰음식과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한식의 원형이 훼손된 근본원인은 일제의 식민지배”라며 구한말 국가 질서가 급속히 붕괴되는 시대에 소박한 식문화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치스러운 상차림이 이식됐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호화로운 한정식은 전통을 한참 벗어난 상차림이라는 지적이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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