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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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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show (14) 살처분'가축 살해하면서 98가지 질병이 생겼다'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공장식 대규모 사육 ‘원인’

교계 시민단체 대책 호소

살처분 동원 인력 치유도

살처분은 전염성 질병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예방법이다. 감염동물이나 접촉 동물, 또는 같은 축사에 있던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영어로 'stamping out'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번역해 ‘살처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등으로 닭을 비롯한 가금류와 돼지 등이 살처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AI가 만연하면서 살처분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AI가 처음 국내에 발생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그후 1~2년을 주기로 지금까지 14번이나 AI가 발생해 많은 동물이 희생됐다. 이제는 일상화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AI 때문에 살처분 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380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희생된 가금류는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은 6000만 마리나 된다. 일부에서는 서 2000년도 이래 한국에서 살처분 된 동물이 8100만여 마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AI와 구제역이 한국에서 10여년 넘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 ‘밀집 사육’을 꼽고 있다. OECD의 ‘한국 가축 질병 관리에서 생산자 인센티브(OECD Producer Incentives in Livestock Disease Management: Korea Case Study)’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장식 축산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구제역, 브루셀라 등 가축전염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규모 가축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공장식 대규모 사육에 있다. 닭 한 마리가 날개를 움직이려면 1880㎠, 돌기 위해서는 1270㎠, 자유롭게 서 있으려면 475㎠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겨우 A4 용지 한 장 정도 크기에 2마리의 닭이 사육 당하고 있다. 소, 돼지, 식육용 개의 상황도 비좁고 열악하다. 그러다 보니 동물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쉽게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정부에서 축산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했지만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갈길은 멀기만 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한 1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도 현장에서는 닭들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포대나 음식물쓰레기 처리 용기에 담겨 살처분 되고 있고, 소들은 사전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 약물 주사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을 앞둔 지난 6일 동물보호활동가들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식용의 단계적 금지, 동물보호업무 부처이관, 반려동물 번식업 기준 강화, 농장동물 감금틀 사육 단계적 금지, 동물실험법강화 및 대체시험법 의무화, 조류독감(AI) 사전예방 백신 실시 등을 요구했다.

종단에서 지난 2월부터 매주 목요일 하루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을 하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생명살림 캠페인’은 불살생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이다. 같은 달에는 철원 심원사에서 구제역과 AI로 희생된 동물 천도재가 열리는 등 전국 사찰에서 비슷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 때문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불자들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살처분을 시행하면서 간과하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살처분에 동원되는 공무원이나 군인들에 대한 심리치료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의 목숨을 강제로 빼앗아야 하는 ‘악역’을 맡은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살처분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치유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17년째 동식물천도재를 거행하고 있는 강릉 현덕사 회주 현종스님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으로 생명을 빼앗기는 동물 외에도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편리함의 추구로 희생되는 동식물들이 많다”면서 “그들 역시 존귀한 생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하고, 그 근거는 부처님의 생명존중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모든 생명의 존엄을 강조한 부처님 가르침

“욕망과 굶주림과 늙음, 옛날에는 이 세가지 병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번제(짐승을 통째로 구워 제물로 바치던 제사)에 쓰기 위하여 가축들을 마구 살해하면서부터 아흔 여덟가지 온갖 질병이 나타났다.” <숫타니파타>

“산 것을 몸소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안 된다.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도 안 된다. 난폭한 짓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 폭력을 거두어야 한다.” <숫타니파타>

“보살은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원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방자한 생각과 통쾌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인다면 그것은 큰 죄가 된다.” <범망경>

“생명이 있는 것을 스스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수단을 써서 죽이거나 부추기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주문을 외워 죽여서도 안 된다. 생명이 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되니, 구도자는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모든 이웃을 구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리어 방자한 생각과 통쾌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인다면 그것은 큰 죄가 된다.” <범망경>

“보살은 온갖 고기를 부모의 피와 살로 생각한다. 짐승의 고기를 먹는 사람을 대하면 놀라고 두려워하니, 고기를 먹는 것은 짐승과 큰 원한을 맺는 일이 된다. 보살은 자비를 베풀고 중생을 거두어 주기 위해서라도 먹지 말아야 한다.” <능가경>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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