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유산의 예방과 치료

한 번의 유산은 감기처럼, 혹은 독감처럼 앓고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자연유산이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마음이 평정을 쉬 얻을 수 없다. 다음 임신의 결과 역시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번 자연유산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임신에서 성공적인 출산을 이뤄낼 확률이 한 번도 유산하지 않은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유산을 반복할수록 정상적인 출산의 가능성은 현저히 감소한다.

임상적으로 확인된 임신 결과는 열에 하나쯤 그런 자연유산으로 끝나고, 나머지 아홉은 무탈하게 출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초기 유산들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있다. 임신 초기에 호르몬을 측정해보면 40~50%에 이르는 수정란이 소실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말해 임신의 약 반수가 자기도 모르는 초기 임신상태에 유산으로 종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유산은 특히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원인불명의 난임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반복 유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 면역학적 요인, 해부학적 요인, 염색체이상, 내분비적 요인, 감염요인 등이 있다. 예전에는 반복 유산의 가장 주된 원인을 부모의 염색체 이상으로 보았으나 부부에 대한 염색체 검사에서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나서 염색체 이상의 비중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진료하는 반복 유산의 경우도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들인데, 원인 불명의 반복 유산은 전체 유산의 10~70%로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근래에는 면역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전체 원인의 절반 이상이 면역요인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인불명이나 면역요인은 의학적 접근과 함께 마음의 수양이 중요한 해결점이 된다. 불안과 노여움은 난자와 정자의 만남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할 정확한 시점을 놓치게 할 수 있고, 착상을 준비하는 자궁내막에 충분한 호르몬과 혈액공급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수태환(壽胎丸)이나 수태환에 가감해 만든 배란착상방(排卵着床方)과 같은 한약과 침 치료가 이런 문제를 덜 수 있지만 기도와 명상은 화기(火氣)를 내리고, 수기(水氣)를 올려 수화(水火)의 교제를 이루어 자궁은 물론 심신 전체의 안정을 유도하여 반복유산을 예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반복 유산을 잘 이겨낼까? 제일 중요한 것은 여성의 나이다. 하여 빨리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전의 유산횟수와 유산 시기에 있어서 태아의 심박동 유무 등이다. 그러므로 유산 후에는 최소 3개월간 충분히 조리하고 예방적 치료를 시행해 다음 유산을 사전에 예방하고, 최대한 임신기간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보태(保胎)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반복 유산이 일어났다면 이러한 치료 기간은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춰 더 연장하고, 임신 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과거 유산 기간을 지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불교신문3311호/2017년7월5일자]  

김동일 /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여성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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