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송국에서 PD,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PD는 지금도 젊지만 더 젊은 시절로 가고 싶다고 했고, 작가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PD가 나에게 되물었다. “스님은 몇 살로 가고 싶은가요?” 내가 서슴없이 대답했다. “나는 지금이 딱 좋아!”

물론 몸뚱이는 예전 같지 않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지리산 국사암에서 불일폭포까지 운동 삼아 뛰어다니곤 했다. 2박3일이 걸린다는 지리산 종주도 하루 이틀 만에 어렵지 않게 해내곤 했다. 심지어 설악산 봉정암도 당일 코스로 수월하게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지난달 봉정암을 1박2일로 다녀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 관절이 시원치 않아 사뭇 걱정이 앞섰는데 무사히 다녀온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최근에는 겨울도 아닌 여름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목이 잠기고 기침이 자꾸 나와 할 수 없이 약을 꾸준히 복용했더니 멍하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전법도량을 몸소 만들어 운영 관리하자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의와 법회는 기본이고 각종 기도와 템플스테이, 성지 순례를 비롯해 도량을 유지 관리하기 위한 온갖 불사와 잡다한 일들이 줄지어 있다. 더욱 어려운 것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별의별 사람이 다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일하는 방송과 외부 강연 및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를 비롯한 각 관련 단체의 회의와 업무도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 책까지 써내려니 거의 매주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딱 좋다고?

물론 육체와 정신 그리고 모든 상황이 딱 좋다는 것이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산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열심히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허물과 실수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그 이상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절실한 마음공부의 계기가 된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산다 해도 지금보다 낫지는 않을 것이다.

[불교신문3310호/2017년7월1일자] 

월호스님 논설위원·행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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