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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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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손편지 10. 무지에서 오는 괴로움괴로움 원인을 알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스님 저(임보라, 28, 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면서 ‘쟤는 이상해, 왜 저렇게 생겼어’라고 수군대는 것 같고,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누군가 저에게 ‘왜 그렇게 못해요’라고 지적이라도 하면 제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못났단 생각 때문에 자꾸 직장을 그만 두게 됩니다. 요즈음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물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조차 힘들어서 아예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너무 한심하고 괴롭습니다.”

보라 씨!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못나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늘 잘나 보이는 사람들은 그 못나고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행동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못나고 부족한 부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못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보라 씨도 처음 보는 낯선 스님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당당하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굉장히 용기 있고 대단한 일입니다. 보라 씨는 자신만 알고 있는 보라 씨의 부족한 부분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보라 씨의 부족한 점을 알고서 보라 씨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나는 왜 이렇게 못났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의 못난 부분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지고 마침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못난 존재라는 열등감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생각이란 것은 본래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부풀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풀려진 열등감은 또다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비교되는 상황을 자꾸 피하려는 행동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라 씨가 진짜로 남들보다 못나고 부족해서가 아니라, 보라 씨가 생각하는 방향이 남들과 다른 것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보라 씨는 오히려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과감히 드러내서 고치려고 애쓰는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무지(無知)로부터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알면 괴로움도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토록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보라 씨가 왜 자신을 부족하고 못난 사람으로만 여기면서 괴로워하는지 그 원인의 정체를 알아내고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선, 보라 씨가 가장 괴롭고 힘들게 느끼는 상황을 마음속으로 떠올려서 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라 씨를 쳐다보고 험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로 채워지는지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것을 그대로 종이에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나열된 생각들을 살펴보면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생각의 실체는 실은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내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생각의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낯선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이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고 당당해지기 까지는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순간 그것을 멈추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상황에서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면서 자신의 코로 들어가고 나가는 호흡에만 집중해보세요. 호흡에 집중하는 강도가 강할수록 한결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마음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불쑥 불쑥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에 이름을 붙여서 ‘두렵다는 생각, 창피한 느낌’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세요. 두렵고 창피한 생각은 그저 이름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세밀히 관찰하며 자신의 현재 마음상태를 자각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그 동안 보라 씨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더 이상 보라 씨를 괴롭히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전법륜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괴로움을 보는 자는 괴로움의 발생도 보고 괴로움의 소멸도 보며 괴로움의 소멸로 가는 길도 본다.” 자신의 괴로움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보다 지혜롭게 사는 사람입니다. 보라 씨는 이미 자신의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이 사라지는 길을 걸어가는 지혜로운 사람임을 깨닫기만 하면 됩니다.

[불교신문 3310호/ 2017년7월1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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