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주민들을 위해 지원한 식수시설 완공식 모습.

‘나, 동티모르 가’ 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10명 중 9명은 ‘동티모르가 어디야? 아프리카야?’ 라고 되묻곤 했다.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다소 생소한 곳이다. 최근에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방영이 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의 발길이 적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동쪽 티모르 섬의 동부에 위치한 섬으로 공식 명칭은 티모르 레스테(Timor-Leste)이다. 면적은 강원도와 비슷한 크기로 약 1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나라이다. 한국에서도 유엔평화유지군(PK)의 지위로 상록수부대를 파병해 국경선 통제, 치안 확보, 순회 진료, 구호품 전달 등의 활동을 지원했다. 한국과 경도가 비슷해 시차가 나지 않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본 동티모르는 정말 아름다웠다. 섬나라인 것을 증명하듯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 적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태양, 이렇게 무더운 땡볕에 지쳐하는 나와 달리 밖에서 일이나 공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곤 한다. 또 과거 식민지 시대의 사건들을 예술 작품 등에 녹여내는 모습에서는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는 모습이 느껴진다.

길에서 들려오는 ‘안녕하세요’ 인사말은 이들에게 한국이 낯설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실제로 많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EPS시험을 통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편 도로를 지나다니는 국제기구, NGO 등의 차량은 아직 동티모르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동티모르에 도착한 다음날 사업장에 들어가 완공식에 참여했다.

더프라미스 동티모르 지부는 코이카 후원으로 동티모르 적십자와 식수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을 긷기 위해 2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하는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사업이다. 완공식에 모여 축하를 하고 기뻐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뿌듯해졌다.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공된 식수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앞으로 주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동티모르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정답은 없다. 기뻐하며, 슬퍼하며, 어려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그러면서 나아갈 것이다. 나와 동티모르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1년 뒤 우리의 모습을 그려 본다.

[불교신문3309호/2017년6월28일자] 

고수지 더프라미스 동티모르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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