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왕은 어린왕자를 받아 

곧바로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왕자에게 

축언을 하셨다. 그리고는 

알라위왕에게 왕자를 다시

돌려주며 말씀하셨다 

“잘 기르도록 하라

그리고 왕자가 다 자란 후 

다시 내게 데려오라.”

알라위왕과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린 아이를 야차에게 

제물로 바쳤던 기나긴 비극이 

드디어 끝난 것이었다 

그 후 알라위 왕자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고 하여 

‘핫타까(손)’라고 불리게 됐다 

알라위의 야차왕은 부처님을 시험하기 위해 황금 두루마리에 의지하여 질문을 던졌다. 야차 왕의 황금 두루마리에는 오래 전 그의 부모가 가섭 부처님께 들었던 법문이 적혀 있었다. 야차왕이 하나씩 질문을 할 때마다 부처님은 막힘없이 대답하셨다. 야차왕은 깜짝 놀랐다. 부처님의 대답이 두루마리에 적힌 법문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놀라움을 감춘 채 부처님께 마지막 질문을 했다. 

야차왕을 굴복시키고 

“어떤 것이 지혜를 얻는 길인가? 어떤 것이 재물을 쌓는 길인가? 어떻게 해야 명성을 얻고 어떻게 해야 우정을 얻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향할 때 슬픔을 얻지 않을 수 있는가?”

부처님을 처음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였던 야차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제 그를 완전히 굴복시킬 순간임을 알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하셨다.

“깨달음을 성취한 성인을 믿고 바른 법을 듣고 방탕하지 않으며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알면 지혜를 얻으리라. 행실이 올바르고 기꺼이 무거운 책임을 견디며, 부지런히 힘쓰면 재물을 얻으리라. 진실을 말하면 명예를 얻으며 깊은 우정은 보시로써 맺어지니 이렇게 얻은 친구는 떠나지 않는다. 진실과 정직, 인내와 보시 이 네 가지를 갖추고 믿음이 굳건한 재가자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날 때 슬퍼하지 않는다.”

야차왕의 표정은 경악에서 감탄으로 다시 존경으로 바뀌었다. 부처님의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금 두루마리에 적힌 법문과 똑같았다. 그는 부처님께 난폭한 행동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야차왕이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재차 말씀하셨다.

“다른 여러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물어보라. 진실과 정직, 인내와 보시보다 뛰어난 것이 이 세상에 있는지 물어보라.”

부처님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감미로웠지만 야차왕의 귀에는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그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며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찌 다른 사문과 바라문들에게 물어보겠습니까? 오늘 저는 미래를 위한 이익을 성취하는 법을 바르게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이익을 위해 이곳 알라위에 오셨고 저의 동굴에 머무셨습니다. 오늘 저는 어디에 보시하면 큰 결실이 있는지 완전히 알았습니다. 저는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바른 법에 귀의합니다.”

알라위 왕자를 구제한 부처님 

부처님과 야차왕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밤이 지나고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오자 비통한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알라위왕과 신하들이 왕자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동굴 앞에 도착한 사람들은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고 알라위왕은 어린 왕자를 두 손으로 안아 야차왕에게 바쳤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야차왕은 왕자를 잡아채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부처님께서 야차의 보좌에 앉아계신 것이 아닌가. 슬픔에 젖은 알라위왕은 미처 부처님이 오신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야차왕의 동굴에 계신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뻐하였다. 혹시라도 왕자를 살릴 방도가 있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야차왕은 알라위왕이 건넨 왕자를 두 손으로 받아 곧바로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어린 왕자에게 축언을 하셨다. 그리고는 다시 알라위왕에게 왕자를 돌려주며 말씀하셨다. 

“이 왕자를 잘 기르도록 하라. 그리고 왕자가 다 자란 후 다시 내게 데려오라.”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알라위왕과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린 아이를 야차에게 제물로 바쳤던 기나긴 비극이 드디어 끝난 것이었다. 그 후 알라위 왕자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고 하여 ‘핫타까(손)’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한 알라위왕과 백성들은 야차왕이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을 기념하여 그의 동굴 근처에 특별한 궁전을 마련한 후 날마다 싱싱한 꽃과 향을 올려 축복하였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야차왕은 부처님의 제자가 됨으로써 축복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야차왕을 제도하신 후 알라위왕은 신실한 불제자가 되었다. 덕분에 핫타까 왕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처님과 스님들을 자주 접하며 성장하였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보고,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라위 부근의 숲속을 지나시던 부처님께서는 마른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인 나무 아래 앉아 잠시 쉬고 계셨다. 그때 핫타까 왕자가 우연히 그곳에서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부처님을 뵙게 된 핫타까 왕자는 공손히 예배를 올린 뒤 한쪽에 앉아 인사를 드렸다. 

핫타까 왕자와 문답

“부처님, 밤사이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핫타까 왕자의 인사를 받은 부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셨다. 드디어 그에게 가르침을 전할 기회가 왔음을 아셨기 때문이다.

“왕자여, 지난 밤 여래는 편히 잘 잤다. 여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편히 잠을 자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부처님의 대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하지만 핫타까 왕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말했다.

“부처님, 지금은 눈이 내리는 계절이고 새벽안개와 밤이슬도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더구나 음력 1월에서 2월로 가는 이 시기는 매우 춥습니다. 우기에 생긴 소 발자국은 울퉁불퉁하여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거칠고 딱딱하여 길을 걷기에 힘들고 부처님께서 앉아계신 나무의 잎사귀들은 성기고 부처님께서 입고 계신 가사도 너무 얇아 사방에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처님께서는 ‘지난 밤 편히 잘 잤다. 여래는 세상에서 가장 편히 자는 이 중 한 명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핫타까 왕자의 말이 끝나자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되물으셨다.

“왕자여,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대에게 질문을 하겠다. 그대가 평소 생각하는 대로 편히 답하라.”

“알겠습니다, 부처님.”

뜻밖에도 부처님으로부터 질문을 받게 된 핫타까 왕자는 자세를 단정히 하며 대답했다.

“이 세상에는 커다란 저택에 사는 부자들이 있다. 대문과 창문에는 빗장이 굳게 걸려있고 회반죽이 잘 칠해진 튼튼한 벽은 지금과 같은 겨울이 되면 바깥의 찬바람을 막아준다. 집 안에는 푹신한 침상과 의자들이 있다. 손가락 네 개를 겹칠 정도로 두툼한 양털 덮개가 있고, 새하얀 양탄자가 있고, 행복의 징조가 깃들어 있다는 오소리 털로 만든 양탄자들이 줄줄이 놓여 있다. 침대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온갖 비단으로 치장한 커튼이 있고, 향기로운 기름을 부어 등불을 켜며 네 명의 아름다운 부인들이 시중을 들어준다. 왕자여, 이러한 부귀를 지닌 사람은 잠을 잘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부처님이시여, 그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입니다.”

부처님이 상세하게 묘사한 풍경은 핫타까 왕자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왕자의 대답을 들은 부처님께서 다시 물어보셨다.

“왕자여, 그대에게 다시 묻겠다. 만약 이 부귀영화의 주인이 탐욕이나 분노, 어리석음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뜨거운 불길이 일어난다면 그는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불교신문3309호/2017년6월28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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