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안동일 지음/ 김영사

1979년 10월26일 朴대통령

권총으로 살해한 ‘김재규’

변호인으로 읽고 보고 들은

전모 담은 생생한 현장기록

“왜곡과 은폐의 시간을 넘어

현재 10·26 진실은 무엇인가“

지난 1979년 10월26일 밤 7시40분 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중앙정보부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권총으로 살해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국가원수가 암살당한 사건이다. ‘10·26 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내란 목적 살인죄’로 사형에 처해지면서 법률적 판결을 끝났다. 하지만 3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진상이 베일이 가려진 채 판결에 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 불자대상, 대한불교진흥원 대원상 포교대상 등을 수상하며 불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안동일 변호사는 당시 10·26 사건의 변호인들 가운데 1심부터 3심까지 줄곧 김재규의 변론을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적폐청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안동일 변호사가 당시 김재규 변호인으로 170일간의 재판과정을 통해 10·26 사건 실체를 재조명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를 선보여 주목된다.

이 책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생생한 법정 진술을 비롯해 공판조서, 수사기록, 언론보도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기존 10·26 관련 책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10·26 사건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당시 사건 실체를 재조명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펴냈다. 사진은 지난 1977년 12월18일 1심 결심에서 김재규 등에 대한 최후변론을 하고 있는 안동일 변호사.

저자는 공판 조서에는 요약되거나 삭제된 김재규의 주요 진술과 변호인에게만 털어놓은 개인적 고백들을 치밀한 기록으로 남겨놨다. 10·26 사건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비롯해 부마사태, YH사건, 12·12 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과 하나의 맥락으로서 사회적·정치적·역사적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10·26 사건의 총체적 평가에 있어 꼭 필요한 증거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세간의 소문대로 김재규를 ‘주군을 살해한 패륜아’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재판은 사건이 발생한 지 39일째 되는 1979년 12월4일 시작해 1980년 5월20일 대법원 판결 선고로 끝났다. 사형은 그로부터 4일 뒤 집행됐다. 사건 이후 수사, 기소, 심리, 사형 구형까지 걸린 기간은 54일이었다. 군법회의 재판관할에 대한 재정 신청으로 공판 절차가 정지된 3일, 12·12 사태 다음 날인 13일, 그리고 일요일을 제외하고, 공판은 매일 열렸다. 저자는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2주 또는 3주에 한 번씩 공판 기일을 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새로운 권력집단의 보이지 않는 의도가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전두환이 수장으로 있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는 대법정 옆방에 있는 육군 법무감 집무실에서 재판과정을 실시간 청취하며 틈틈이 재판부와 검찰에 쪽지를 건넸다. 변호인은 이전 공판들의 조서열람과 신중한 심리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은 계엄사령부의 검열을 받아 허락되는 내용만을 보도할 수 있었고, 1심의 제2차 공판 이후부터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일이 잦았다. 재판 과정 자체가 법리에 어긋났다는 사실은 10·26 사건에 대한 판결의 정당성을 회의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재판 현장을 직접 지켜본 저자의 기록이 10·26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한 중대한 자료가 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는 “김재규와 10·26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팩트를 찾아내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독자들에게 당시 재판 현장에 참여케 함으로써 사건의 진상과 역사적 평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동일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회 군법무관 시험을 거쳐 국방부 법무관, 1978년부터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사단법인 4월회 초대 회장, 공동체의식개혁국민운동협의회 상임의장,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공동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4월회 상임고문, 동산불교대학 명예이사장, 3·1문화재단 이사, 조계종 법률고문, 홍익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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