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현장에서’

전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에 대한 이야기로 불교계 안팎이 시끄럽다. 본지가 보도한 “한전부지 개발권 넘기면 500억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명진스님과 은인표 전(前) 제주 라마다호텔 카지노 회장 뒷거래 의혹’ 기사 때문이다. 더욱이 1994년 종단개혁의 주역으로 종단에서 중앙종회 부의장, 봉은사 주지 등 주요 소임을 지낸 중진 스님을 바라보는 종도들의 실망도 적지 않다.

모든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명진스님이 지난 2011년 펴낸 에세이 <스님은 사춘기>에서 기술한 여러 이야기는 스님의 현재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특히 봉은사 주지 재임시절 행보에 대해 “봉은사를 제대로 꾸려 가려면 주지가 여기저기 인사나 다니고 종단 정치한다고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절도 못쓰게 되고 나도 못쓰게 된다”며 천일기도와 재정공개로 사찰을 변화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앞뒤가 다른 스님의 모순적인 행보

하지만 최근에 드러난 스님의 당시 행보는 다분히 모순적이다. 또한 스님은 이 책에서 “봉은사는 한국불교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 당시 종단에서는 삼십만 평에 달하는 봉은사 땅을 법당 바로 앞까지 팔아버렸다. 1988년에는 스님들이 서로 절을 뺏으려고 깡패들을 동원해 각목싸움까지 벌였다”면서 한국불교의 문제점은 스님들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사춘기 / 명진스님 지음

하지만 정작 그 땅을 찾으면 수백억 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제3자에게 넘기겠다는 계약을, 그것도 종단의 승인절차 없이 했다는 것은 명진스님이 책에서 비난하고 있는 1970~80년대 모순적인 행동을 일삼은 일부 스님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스님은 이 책에서 “가사를 벗어 놓고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불문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1994년의 그 간절한 마음으로 봉은사에서 한번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위법하게 사찰 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근거 없이 승가의 존엄성과 종단을 비방하는 등 비승가적인 언행을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최근 스님의 행보는 봉은사 주지 소임을 맡을 당시 세웠던 결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계사 신도들이 일주문 앞에 내건 ‘종단 몰래 사찰재산 관리양도, 근거 없는 승가비방 명진스님은 참회, 자숙하세요!’라는 제목의 현수막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 조계사 신도들과 조계종 총무원 종무원들이 세운 플랫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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