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안아줄 사람은 당신뿐이다

1996년 전임의가 되어 외래진료를 적극적으로 시작한 때부터 정교수가 되거나 병원장으로 보직을 갖고 있던 때나 지금이나 나는 늘 토요일에 진료를 한다 핵가족화 된 요즘 결혼한 여자가 아프면 혼자 병원가기가 수월치 않다. 어린 아이가 있거나 먼 곳에 있는 병원을 찾으려면 더욱 그렇다. 

나의 이런 근무 형태는 토요일에 내원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그런 토요일 오후에 남편과 함께 임신을 희망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병원이 있는 고양시가 아닌 타 지역 주민인 경우가 더 많다. 이와 달리 혼자 오는 이들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의 난임 치료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여기에는 “가까워서 한번 와 봤다”와 “멀지만 꼭 그분의 진료를 받고 싶다”라는 치료의지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도리를 다 하는 남편과 치료에 대한 기대가 충만한 아내가 함께 온 부부의 치료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마음의 안정이 있고, 기대에 의지하여 적절한 기간 동안 충분히 치료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난임 여성들은 자기 존중감이 극도로 저하되고, 가정 내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절망감은 만 명 중에 한 사람이 드물게 얻는 결실을 놓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자 이제 남편의 차례다. 우선 주 2회의 이상의 규칙적인 부부생활, 특히 배란 전 2일부터 배란 당일까지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아내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규칙적인 부부생활은 배우자의 전립선 건강에 딱 좋다. 무엇보다 임신에 중요한 정자의 운동성이 개선된다. 결승점을 향해 빨리 뛰는 선수를 여러 명 스카우트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남자의 경우 임신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50세부터지만, 성적인 욕구가 떨어지는 것은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된다는 것이다. 늦은 여자의 결혼은 늦은 남자의 결혼의 다른 말이고, 반짝 신혼이 지나면 ‘나이 든’ 남자는 자연의 통계적 현상에 맞게 귀가가 두려워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여자는 어떤가?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임신능력이 확연히 감소하고, 반대로 애정의 욕구는 명확해진다.

사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난임’ 상태다. 늦은 취업이 필연인 사회구조에서 늦은 결혼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임신능력이 저하되어버린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남편, 바로 당신의 책임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록 오늘도 직장에서 혼을 놓고 귀가하는 그대이지만 당신만을 믿고,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아내를 안아줄 사람은 바로 당신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불교신문3309호/2017년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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