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출국을 앞두고 있는 대해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내게 영화 1편은 경전 1권과 같다"고 했다. 사진=신재호 기자

기독교 핵심담은 ‘산상수훈’ 영화로

세계 4대 영화제인 모스크바 초청

 

예수가 제자들에게 설한 가르침에

질문 던지며 답 찾는 과정 담아내

“종교영화 아니라 본질에 대한 영화”

 

서울 대해사 국제선원장 대해스님이 오는 22일 개막하는 러시아 ‘제39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2017)’에서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 ‘산상수훈’이 ‘스펙트럼 섹션’에 공식 초청된 것.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 이어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제에 스님이 만든 작품이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대해스님은 이번 영화제서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넷팩(NETPAC)상 심사위원도 맡는다.

‘산상수훈’은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드는 영화. 동굴 속에 모인 신학대학원생 8명이 마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설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한데 세상은 왜 엉망진창이고, 인간은 왜 이토록 고통스럽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하나님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하면서 왜 금단의 열매를 만들어 인간을 시험에 들게 했을까” 등 당연하게 받아 들여왔던 믿음에 대해 쉼 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라는 타이틀로 개봉 전부터 시선을 끌고 있는 ‘산상수훈’의 감독 대해스님을 지난 15일 러시아 출국 전 서울 조계사 인근서 만났다.

'산상수훈' 촬영 현장 스틸컷. 

Q 영화 ‘산상수훈’이 화제다. 어떤 영화인가

“예수가 산중에서 제자들을 앞에 두고 설한 것을 ‘산상수훈’이라 부른다. 성경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마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영화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로 시작해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에게 천국이 있다’고 하는 성경의 말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신학대학원생 8명이 동굴 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준 적 없고, 감히 말할 수도 없어 묻어두기만 했던 궁금증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Q 감히 말할 수 없던 이야기란 어떤 것을 말하나

“하나님은 선악과를 만들지 않았나.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을 줄 알면서 왜 금단의 열매를 만들었을까?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데 왜 자신이 아닌 너희들의 죄를 사한다고 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전지전능한 존재고 그래서 믿으라 하지 않나.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지전능한 능력은 인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처럼 분리됐다. 분리돼 있으니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믿으라 하는데 와 닿지 않으니 의문만 남는다. 절대적인 믿음을 우선시하는 기독교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 금기시 되는 것, 해소되지 않던 의문들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영화 스틸컷.

Q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기독교와 불교, 두 종교 사이에서도 민감하게 반응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종교 영화가 아니다. 본질에 대한 영화다. 예수의 가르침을 믿고 기도하며 사는 것, 기도라는 행위를 떠나 인간 존재의 근원을 정확히 알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결국 구원을 원하는 인간이 종교에 기대는 이유는 하나의 본질에 있지 않나. 본질을 모르니 고통스러운 거다. 하나님, 아버지, 파더 등 이름은 달라도 하나를 가리키지 않나. 기독교와 불교, 성경과 경전, 모두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깨달음을 구하는 데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금기의 영역인 종교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 보이면서도 기독교의 핵심 가르침을 철저히 되짚는다. 기독교에 대한 영화라기보다 ‘본질에 대해 깨닫는 영화’인 만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5개 챕터로 나눈 점도 특징. 에덴동산의 선악과 이야기, 천국과 지옥, 예수라는 인물, 신과 인간의 괴리, 그 관계 등으로 세분화했으며,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배우의 연기와 그 목소리의 힘에 의존했다.

저예산 영화답지 않게 제작진과 배우도 쟁쟁하다. 영화 ‘집으로’의 윤홍식 감독이 촬영을, 충무로판에서 편집의 귀재로 알려진 함성원 감독이 편집을 맡았다. 영화배우 백윤식의 차남 백서빈은 주연을 맡아 열연한다.

영화를 만드는 스님도 드물지만,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저예산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든 사례도 보기 힘들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2006년 문득 영화판에 뛰어든 때부터 첫 단편 영화 색즉시공을 시작으로 10여 년 동안 92편에 달하는 영화를 만든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 스틸컷.


Q 영화를 체계적으로 배워 본 적 없다고 들었다. 전문가들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영화판에서 수십편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이름 없는 감독이라 해서,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서 당하는 설움도 많았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제작비를 조달하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인연이 됐는지 뜻에 맞게 일이 흘러가더라. 그래도 제작비를 조달하고 개봉관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Q  가시밭길에도 영화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수행자에겐 깨달음을 회향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지 않나.

“출가할 때 다짐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늘 푸르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자고, 본질을 알게 되면 고통스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다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경전이든 성경이든 구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교가 다른 사람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옆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으면 나 또한 괴롭지 않은가.

지금은 영상콘텐츠 시대다. 영화는 시공간 상관없이 메시지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기는 것도 좋지만 1~2시간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와 닿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쉽고 친숙하게 대중에 다가가고 싶었다.”

Q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마주하길 바라는가

“마음의 때를 벗길 수 있는 영화로 다가가길 바란다. 편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으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

Q 차기작 계획은?

“‘산상수훈’은 4대 성인 시리즈 중 하나다. 이미 첫 번째로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찍었고, 부처님과 공자에 대한 영화를 차례로 제작할 생각이다. 물질만능 시대, 4대 성인의 삶과 그 가르침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기획했다. 세 번째로 다룰 부처님 편에서는 혜능대사를 중심으로 다룰 생각이다. 스님의 가르침을 우리들의 실제 삶에 적용시켜 죄와 업 짓는 일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산상수훈’은 24일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다.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국내서 개봉할 예정이지만 상영관 확보나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태다. 대해스님은 “삶의 본질을 깨닫고 행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영화”라며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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