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비사라왕, 세상에서 최초로 부처님께 절을 지어드리다

 

“보시를 실천하고 계율을 준수하면

하늘에 나게 된다. 

여러 애욕에는 환난과 공허함과 번뇌가 있다. 

애욕에서 벗어나면 큰 공덕이 드러난다.”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최초로 절, 죽림정사를 지어드렸다.  

죽림정사.

인도 16국 중에 제일 강대국 마가다의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최초로 절(죽림정사)을 지어드리고 자주 공양을 올리며 설법을 들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며 강대국왕으로 이웃 나라들과 평화를 유지하였다.

이 날도 왕사성 네거리에 야단법석을 마련하고 왕이 손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만백성에게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하는 모습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두 상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행과 불행이 이루어진다.

 부처님과 빔비사라 왕의 운명적인 만남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가야시사 산에서 좋을 만큼지내신 뒤, 예전에 결발외도였던 1,000명의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왕사성)를 향해 떠나셨다. 부처님께서는 유행을 계속하시다 적절한 때에 라자가하에 이르셨다. 그리고 그곳의 야자나무 숲에 있는 숫파팃타 사원에서 지내셨다.

빔비사라 왕은 마가다 국에 살고 있는 12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왕은 부처님께 공손히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함께 온 12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 가운데 어떤 사람은 부처님께 공손히 절하고 한쪽에 앉았으며, 어떤 사람은 부처님에게 안부를 묻고 몇 마디를 나눈 뒤에 한쪽에 앉았으며, 어떤 사람은 부처님에게 합장을 올린 뒤에 한쪽에 앉았으며, 어떤 사람은 부처님 가까이 가서 이름과 성을 말씀드린 뒤에 한쪽에 앉았으며, 어떤 사람은 침묵한 채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베푸시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가르침을 베푸셨다.

“보시를 실천하고 계율을 준수하면 하늘에 나게 된다. 여러 애욕에는 환난과 공허함과 번뇌가 있다. 애욕에서 벗어나면 큰 공덕이 드러난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고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번뇌에서 벗어나 청정하며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는 것을 아셨다. 그리하여 본래 진실한 고집멸도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그러자 때 없는 흰 천이 잘 염색되듯이, 빔비사라 왕을 비롯한 11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들은 그 자리에서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읜 법안을 얻었다. 곧 ‘모여서 이루어진 것은 모두 소멸한다’고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1만 명은 부처님의 신자라고 선언하였다.

빔비사라 왕의 다섯 가지 소원

빔비사라 왕은 그 자리에서 법을 보았고, 법을 얻었고, 법을 알았고, 법을 꿰뚫었다. 의심에서 벗어났고, 망설임을 제거했고, 두려움이 없었고, 스승의 가르침 외에 다른것은 필요 없게 되었다. 그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왕자 시절에 다섯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첫 번째 소원은 왕위에 오르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이루어졌습니다.

두 번째 소원은 저의 영토에 평등하며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으신 부처님께서 오셨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습니다.

세 번째 소원은 부처님을 모셔 봤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습니다.

네 번째 소원은 그 부처님께서 저에게 법을 설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습니다.

다섯 번째 소원은 부처님의 법을 제가 명료하게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같이 왕자 시절에 저에게는 다섯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모두 이루어진 것입니다.

빔비사라 왕의 찬탄 

죽림정사와 빔비사라왕 귀의상.

세존이시여, 뛰어나십니다. 뛰어나십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뒤집어진 것을 바로 세우고, 덮인 것을 벗겨 내고, 미혹한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켜 눈있는 자에게 형상을 보여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여러 방편으로 법을 드러내셨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부처님께 귀의하오며, 법과 비구 승단에 귀의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신자로 받아 주십시오. 오늘부터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내일은 제가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비구 승단과 함께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허락하셨다.

그리하여 빔비사라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공손히 절하고 오른쪽으로 도는 예를 올린 뒤 떠나갔다.

왕은 밤이 지나자 훌륭한 정식과 경식들을 준비해 놓고 부처님께 때를 알렸다.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공양(식사)이 마련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드신 뒤, 예전에 결발외도였던 1,000명의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셨다.

 빔비사라 왕의 행복한 고민

부처님께서는 빔비사라 왕의 거처에 이르러 비구승단과 함께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왕은 부처님과 비구 승단을 위해 손수 시중을 들고 봉사했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그릇에서 손을 거두시니 왕이 한쪽에앉았다.

왕은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어떤 곳에서 지내셔야 할까?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오고가기에 편하며, 이런저런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뵙기 좋고, 낮에는 지나치게 붐비지 않고 밤에는 소음이 없고 인적이 드물고, 혼자 지내기에 좋고 좌선하기에 적절한 곳, 바로 그런 곳에 머물러야 하실 텐데.

벨루 숲을 생각하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벨루 숲이 있다.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오고 가기에 편리하고, 이런저런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뵙기 좋고, 낮에는 지나치게 붐비지 않고 밤에는 소음이 없고, 인적이 드물고, 혼자 지내기에 좋고 좌선하기에 적절한 곳이다. 나는 벨루 숲을 부처님께서 지도하고 계신 비구 승단에게 승원(僧園)으로 사용하도록 바쳐야겠다.’

부처님께서 벨루 숲을 받으시다

그리하여 왕은 황금으로 만든 병을 부처님께 올리면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벨루 숲을 부처님이 지도자이신 비구 승단에 승원으로 사용하시도록 바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승원을 받으셨다. 그리고 다시 빔비사라왕에게 법을 설하신 뒤 왕이 그것을 받들고 기뻐하는 것을 보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법을 설하고 비구들에게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승원을 받기로 하였다.”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모습을 본 두 상인의 마음

인도 열여섯 나라 중의 제일 강대국인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께 귀의한 열여섯 나라 임금들 중에서 부처님을 향한 신심이 가장 깊었던 분이다.

그날도 빔비사라 왕은 라자가하에서도 가장 번화한 네거리에 야단법석을 차리고 부처님과 그 제자들인 수많은 스님들을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만백성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우치도록 큰 잔치를 베풀었다. 왕은 부처님의 공양 시중을 다 들고 또 부처님께 가장 존경하고 공경하는 표시로 오체투지의 절을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나가던 두 상인이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빔비사라 왕의 부처님께 향한 정성스러운 모습을 함께 보고 있던 한 상인이 환희심이 나서 찬탄하기를, “저 빔비사라 임금님은 전생에도 많은 복을 지어서 이생에 왕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데, 이생에 또 저렇게 거룩하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예배드리니 얼마나 큰 복을 짓고 있는가? 그리고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말씀하시면 제자들은 외워 널리 퍼뜨리겠지. 저 왕은 참으로 현명하다. 부처님을 높이 받들고 뜻을 굽힐 줄 아는구나. 나도 저 빔비사라 임금님처럼 되고 싶다.” 하고 찬탄하였다.

2012년 2월 교화공원을 순례하고 있는 수원 용주사 신도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상인은 아주 불쾌한 표정과 어조로 투덜거리며 비난하기를, “저 빔비사라 임금은 왕의 체면도 지킬 줄도 모르나? 일국의 왕으로서 보잘것 없는 사문들에게 공양하고 예배하니 왕의 체신이 도대체 서지 않는 행위로군. 쯧쯔! 임금은 어리석다. 자기가 국왕인데 무엇을 더 구하려 하는가?

저 부처는 마치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 저 소가 수레를 끌고 동서남북으로 다니는 것처럼 부처도 그와 같다. 자네는 저 부처에게 무슨 도가 있다고 그처럼 존경하는가?” 하고 힐난했다.

두 상인은 길을 떠났다. 이웃 나라로 장사를 떠나는 길이었는데 날이 저물어 라자가하 국경 가까이 머물게 되었다.

길가 주막에 숙소를 정하고 밤에 잠을 자는데 투덜거리고 비난하던 그 상인은 잠자던 방이 덥다고 길가에 나와 자리를 깔고 자다가 그 곳을 지나던 수레에 치여 죽게 되었다. 부처님과 빔비사라 왕을 찬탄하던 상인은 친구의 장례를 잘 치뤄주고 하는 수 없이 혼자 이웃 나라로 떠났다.

한편 이웃 작은 나라에는 왕이 돌아가고 태자가 없어서 친척 간에 서로 왕이 되고자 싸우다가 의논 끝에 “우리들 중에 서로 왕이 되려고 하니 누가 왕이 되어도 피를 흘리는 싸움이 생길 것이니 예언가의 말대로 우리 국경을 넘어 오는 제일 첫 사람에게 왕이 되어 달라고 하자.” 하고 왕이 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나라의 참서(讖書: 일종의 예언서)에 “어떤 나라에서 미천한 사람이 와서 이 나라의 왕이 되며, 그 사람을 찾는 방법은 죽은 왕이 타던 말이 왕 될 사람을 보면 반드시 무릎을 꿇는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나라의 대신들이 말을 잘 꾸미고 옥새를 받들고 왕 될 사람을 찾아 나서자 구경꾼들이 길을 메웠다. 그들 가운데 있던 한 사람이 상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노란 구름 일산이 있고, 그 아래 있는 저 사람이 반드시 왕이 될 사람이다.”

그들이 그 상인 앞에 이르니 말이 무릎을 꿇고 그 상인의 발을 핥자, 신하들은 그를 궁중으로 모시고 가서, 미리 준비한 향탕에 목욕시키고 자기들의 왕이 되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 상인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극구 사양하였지만, 부처님과 빔비사라 왕을 찬탄하던 상인이 그들의 성에 처음 나타난 사람이었고, 이 나라 백성들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왕이 되었다.

그는 왕위에 올라 나랏일을 처리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착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고, 왕업을 익힌 적도 없다. 무슨 인연으로 임금이 되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별 공덕을 지은 것이 없는데…… 다만 그때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나도 빔비사라 왕처럼 저렇게 거룩하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예배드렸으면 하고 서원한 일뿐이었는데, 그 공덕으로 내가 오늘 이렇게 왕이 되었으니 나도 빔비사라 왕처럼 이 나라에 부처님을 초청하여 공양 올리고 예배드리며 이 나라 백성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게 하고 깨우치게 하고 싶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이리하여 왕이 된 그 상인은 부처님을 모실 큰 준비를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모셨다. 부처님께서는 정성 어린 공양을 달게 드시고 설법을 하시면서 아래의 게송을 읊으셨다.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 된다.

마음이 주(主)가 되어 모든 일을 시키나니

마음속에 악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도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

※ 위 내용은 불교시대사가 출간한 ‘붓다 콘서트’라는 책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3306호/2017년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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