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범종, 진리의 울림 ’展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는 스님들.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 등 시대를 대표하는 범종이 한자리에 모였다.

불교중앙박물관(관장 현조스님)이 오늘(6월20일) 개막한 ‘범종, 진리의 울림’ 테마전은 한국의 불전 사물(四物) 중 하나인 범종과 그 탁본을 통해 선조들의 과학기술과 독창적 예술성을 풀어나가는 전시다. 합천 해인사 소장 동제 소종, 보물 제479호 양양 낙산사 동종 복원품, 보물 제277호 부안 내소사 동종 복제품, 일본 운주사 동종 복원품 등 총 25건 45점이 선보인다.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기능보유자 원광식 씨가 복원하고 복제한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 범종 등도 눈길을 끈다.

테이프 커팅식.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법구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범종은 깊고 청명한 소리로 마음까지 울림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에 비유되기도 한다. 고통 받는 중생을 구하는 뜻도 담겨 있어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후부터 범종은 꾸준히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한국의 범종은 독특한 형태와 정교한 장식, 웅장한 울림소리로 이미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 전시는 한국의 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대 등 4개 주제별로 구성됐으며 각 시대별 특성을 보여준다.

전시실 내부.
전시실 내부.

첫 번째 주제전인 ‘천상(天上)의 소리를 전하다’는 통일신라시대 8세기 전 범종을 선보인다. 한국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이 성립된 이 시기, 종신의 외형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용뉴(꼭대기 부분의 장식)에는 한 마리 용에 화려한 문양의 음관이 장식돼 있으며, 상대와 하대, 그 아래 연곽에는 반원문 또는 주악천인상이 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음통과 움통을 통한 공명현상이 극대화 돼 은은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청아한 소리가 이 시대 범종의 특징이다.

고려시대 범종으로 채워진 ‘불법(佛法)을 담다’는 불교의 특징적 문양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상대 위로 입상화문대(立狀花文帶, 꽃잎무늬를 입체적으로 세워 장식한 문양띠)를 비롯한 세부장식이 섬세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종신의 연화좌 위를 불보살상이 장식하거나 천개(天蓋)와 함께 표현된 삼존상 등으로 장엄된 범종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피다’는 고려 후기와 중국의 양식이 결합된 독자적 형태와 문양을 가진 조선시대 범종을 선보인다. 음통(용뉴와 연결된 둥근 관)이 없어지면서 용뉴는 한 마리에서 쌍룡으로 바뀌고, 입상화문대는 사라졌으며, 상대 아래는 범자무늬가 추가돼 독립된 문양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중단에는 중국의 종에서 볼 수 있는 가로선 횡대가 등장하고 하대가 종구 위로 올라가는 모습도 나타난다.

근대시대 범종 ‘호국(護國)의 염원을 담다’는 조선시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급변한 범종 양식에 주목했다. 일본의 제작 양식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국 불교의 자생적 활동 속에서 조선시대 범종 양식을 따르는 중대형 범종 등을 통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현조스님은 “범종은 부처님 소리 그 자체이며 선조들의 과학기술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결정체”라며 “듣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으키는 범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번뇌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한국의 범종이 총망라된 전시다. 국보와 보물급 범종도 눈길을 끈다. 8월20일까지.

타종 체험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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