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산길을 가다 날이 저물어 길을 잃었다. 깜깜한 산에서 헤매다가 불빛을 보고 그 불빛을 따라 갔다. 움막집 여러 채가 있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을 보니 스님들이었다. 머리를 깎았고 허름한 옷이지만 스님들이 입는 거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반가워서 합장하고 인사를 했다. 밤중에 길을 잃고 찾아왔으니 하룻밤 묵어가게 해 달라고 했다. 그들이 이 스님을 맞아주면서 하는 말에 스님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도적들이다. 산도둑놈들이란 말이다. 네가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너도 이제 우리 식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함께 하는 약속이 있으니 너도 지켜야 한다. 하나하나 알려 줄 테니 잘 듣고 지키거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래와 같았다.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서, 또 우리의 결속을 위해서 다음의 5계를 갖는다. 첫째, 우리는 남을 죽여서라도 우리가 살아야 한다. 그러니 어이 살생을 하지 않겠는가. 둘째, 우리가 어이 남의 것을 훔치고 빼앗지 않을 수 있겠는가. 셋째 우리가 어이 남의 여자를 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넷째, 우리가 어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섯째 우리가 어이 술을 마다 할 수 있겠는가. 자 이렇다. 잘 지키겠는가.”

그 스님은 안 그러면 죽이겠다니 어쩔 수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 패거리가 돼 살다가 겨우 도망을 쳐서 그 도둑소굴을 벗어났다. 이 이야기는 내가 잘 아는 스님이 당신 스승께서 젊은 시절 겪은 일이라면서 자신에게 들려준 것이라 했다. 

들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다. 그런데도 들을 때는 그저 웃기만 했다. 새삼 생각해본다.

스님의 스승은 이 얘기를 왜 제자에게 했으며 제자는 왜 또 내게 했는가. 뱅뱅 도는 이야기에 생각은 깊어진다.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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