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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좋은 국어선생님이 필요하다

 

10대 때 내가 드나들던 

학교 도서관에는 항상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나를 기억하시고는 

책을 추천해 주기도 했던 …

시인을 키우는 것은 

환경이지만 내면의 자질을 

발견하고 이끌어 내고 

지켜 주는 것은 

좋은 국어 선생님만이 

해 줄 수 있다

한 시인이 탄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의 경우는 고향 봉화의 건강한 땅, 사춘기 시절 안식처를 제공해 준 도서관, 시를 친근하게 만들어준 윤동주, 저녁마다 혼자 듣던 라디오, 도서관 한편에 정렬되어 있던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 선집이 그 요인에 속한다. 사춘기 시절, 미래사 100인 선집을, 어떤 시는 의미도 모른 채 한쪽 구석에서 읽어 내려가며 더디게 흐르던 시간을 보내곤 했다. 

10대 때 내가 드나들던 학교 도서관에는 지금은 사서로 바뀌었지만 항상 국어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자주 오던 나를 기억하시고는 다음 읽을 책을 추천해 주기도 했던 국어 선생님이 수업 외 시간에 도서관 사서로 계셨던 것이다. 도서관, 윤동주, 라디오 외에도 나를 시인으로 키운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학창시절 만나온 국어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나는 국어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새 학년이 되면 늘 바뀌었지만 바뀔 때마다 국어 선생님은 나를 예뻐해 주거나, 유심히 지켜보거나, 관심을 가지며 아껴주었다. 그 마음들에는 목적이 없었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목적 없는 사랑과 관심의 근원은 그들의 눈에 비춰진 내가 당시 갖고 있던 문학적 감수성, 기질이 아니었나 싶다. 또래와는 다소 남다른 기질을 국어 선생님은 알아 봤던 것이다.

중학교 때 만난 국어 선생님은 늘 나에게 ‘문학 작품 읽기’를 시켰다. 수업시간 교과서에 나오는 긴 글을 유독 나에게 많이 읽혔다. 고등학교 첫 담임이었던 문학 선생님은 순정한 소년의 외모로 뭇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문학 선생님은 여리고 여린 한 소녀의 감성을 지켜 주려 부단히 애쓰던 모습이다. 새 학기 첫 주, 나는 시골에서 막 나와 삭막하던 고등학교 교실에 적응 중이었다. 어느 날 등굣길, 꽃집 앞에 나와 있는 노란 수선화 화분 하나를 사다가 삭막한 교실 창가에 두었다. 매 시간 많은 교과 선생님들이 다녀갔지만 누구 하나 수선화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유일하게 문학 선생님만이 수선화 주인을 물었다. 그러고는 밝은 표정으로 한참을 따스하게 나를 바라봐 주셨다. 이후 그 선생님은 도서관을 자주 들락거리는 내게 다양한 책들과 문학 관련 이야기를 해 주곤 하셨다. 내 기억 속에 여학생들의 첫사랑 같았던 문학 선생님은 내가 창가에 가져다 놓은 한 송이 수선화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 국어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이 지금의 나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나를 바라보던 눈빛들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분들 덕분에 나는 시인이 될 수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국어 선생님을 만나는 복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곧 첫 시집을 들고 문학 선생님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 

시의 길로 함께 들어선 한 50대 시인은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다. 학교에서는 체육 선생님이 시인이 되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 하는 듯했다. 겸손하고 순정한 그 선생님께 남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남학생에게 쑥스러운 듯 책 몇 권을 선물로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책을 건네는 시인의 표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되었다. 

문학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 중에는 국어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 시인을 키우는 것은 환경이지만 어린 내면의 자질을 발견하고, 이끌어 내고, 지켜 주는 것은 좋은 국어 선생님만이 해 줄 수 있다. 시인의 탄생을 위해서 지금 학교에서는 좋은 국어 선생님이 필요하다.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신효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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