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수업을 받는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학생들의 모습.

지난해 여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가이드 일을 한 내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사용해 한국어를 설명하는 일이다. 첫 학기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나름 세운 목표를 토대로 방향을 설정하여 수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시간이 흐른 뒤, 계획서 작성에서 더 이상 나아갈 것 같지 않아 보였던 나의 한국어 수업 첫 날이 되었다.

첫 수업은 불상이 있는 대강당에서 진행했다. 내 목소리가 절반은 스피커를 통해 커다랗게, 절반은 내가 내는 목소리의 볼륨 그대로 공중에 애써 퍼지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한국어를 발음했다. 언제 이렇게 한글을 또박또박 발음해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대략 130개의 눈동자가 내 앞에서 초롱초롱 빛이 나고 있었고, 내가 내는 발음을 대략 65개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따라 하고 있었다.

학생 몇 명에게 발음을 시켜보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생소한 한글의 발음을 여럿이서는 소리를 낼 수 있어도 단독으로는 매우 힘든 모양새였다. 결국 마지막 10분까지는 다 채우지 못하고 수업을 마쳤다. ‘그래 첫 수업이니까 이 정도 여유는 줘야지’라며 스스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위로를 했다. 수업 후에 몇 명의 학생들은 함께 셀카를 찍자고 줄을 섰고, 프랑스에 있었다는 이야기에 ‘봉쥬르(Bonjour)’라며 인사를 건네는 학생도 있었고, 영화 전공이었다는 소리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스스로 했던 위로보다 더 큰 위로를 학생들에게서 받은 것이다.인원이 몇 명이든 여러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내겐 참 행복한 일이다. 늘 같은 설명을 때로는 기계처럼 이야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매일이 새로운 패턴으로 다양한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또 다른 축복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탄자니아의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학생들과 일주일에 한 시간씩 정규 수업시간에 모두 모여 앉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이 미션은 그렇게 행복하게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요즘은 교내에서 학생들과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라는 그들의 인사를 받을 때가 하루 중 가장 밝은 미소를 짓는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난 한국어 수업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일주일의 한 시간을 위해 고민하고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다.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맹가희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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