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왕이 쏜 화살도 부처님 앞에선 꽃비 되고…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계신 부처님 주변에는 

야차왕이 날린 무기들이 

꽃비가 되어 쏟아졌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야차왕은 더 자존심이 상했다 

“믿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물이요 

바른 행동이 행복을 가져온다 

진리는 제일가는 맛이요 

지혜로운 삶을 

훌륭한 삶이라 한다…”

부처님의 막힘없는 대답에 

야차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래된 탑과 묘지들이 많은 알라위국은 귀신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이곳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야차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은 알라위왕은 야차왕에게 붙들렸다. 야차왕에게 잡아먹히게 된 알라위왕은 하루에 한 사람씩 제물로 바칠 것을 약속하고 풀려났다. 궁으로 돌아온 왕은 감옥 안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들을 하루에 한 명씩 야차왕에게 보냈다. 이윽고 죄수들은 모두 제물로 사라졌고 감옥은 텅 비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각 가정마다 어린아이를 한 명씩 차출하여 야차왕에게 보냈다. 그렇게 12년 동안 제물을 바치다보니 죄수도 어린아이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결국 왕은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야차왕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알라위의 비극을 막고, 야차를 제도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동굴로 향했다. 마침 야차들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히말라야에 있던 알라위의 야차는 부처님이 자신의 동굴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자 불같이 화를 내며 분노를 퍼부었다. 

야차왕과 부처님의 대결 

동굴로 돌아온 야차왕은 부처님께서 자신의 왕좌에 앉아있는 것을 보자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인지 평소 같으면 자신에게 아양을 떨어야 할 궁녀들의 시선 또한 부처님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야차왕은 온갖 신통을 동원하여 칼과 창 그리고 화살을 퍼부으며 부처님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야차왕이 동원한 무기들은 부처님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요란한 불길과 함께 부처님을 향해 날아간 창, 칼, 화살들은 부처님 곁에 가까이 가면 꽃으로 변했다.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계신 부처님 주변에는 야차왕이 날린 무기들이 꽃비가 되어 쏟아졌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궁녀들은 탄성을 질렀다. 야차왕은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래도 저 사문이 요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에게도 패배한 적이 없는 최후의 무기를 사용해야겠구나.’

야차왕은 보자기를 꺼냈다. 야차왕의 보자기는 제석천왕의 금강저, 비사문천왕의 몽둥이, 야마천왕의 눈과 함께 천계의 4대 무기 중 하나였다. 야차왕이 보자기를 펼치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땅은 메말라 갈라지며 산은 무너지고 바닷물조차 줄어들었다. 즉 야차왕의 보자기는 생명을 빼앗아가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무기였다. 야차왕은 부처님이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보자기를 펼쳤다. 하지만 야차왕의 보자기 역시 부처님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자기는 마치 발수건처럼 부처님 앞에 털썩 떨어졌다. 최후의 무기마저 통하지 않는 것을 본 야차왕은 깜짝 놀랐다. 

‘이 보자기는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저 사문의 자비심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먼저 사문의 마음을 어지럽힌 후 싸움을 계속해야겠다.’ 

무기들을 다시 거두어들인 야차왕은 얼굴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야차왕의 말에 세 번이나 응하고

“사문이여, 나가시오!”

야차왕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부처님께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하셨다.

“벗이여, 알겠네!”

부처님께서 선뜻 자신의 명에 따르자 야차왕은 조금 놀랐다. 동시에 화가 살짝 풀렸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부처님을 시험하기 위해 다시 외쳤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동굴 밖으로 나갔던 부처님께서는 야차왕의 명에 따라 다시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야차왕은 그렇게 세 번을 반복해서 부처님께 똑같은 명령을 내렸고, 부처님께서는 동굴 안팎을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하셨다. 부처님께서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을 본 야차왕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신이 난 얼굴로 다시 외쳤다.

“사문이여, 나가시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네 번째 명령에는 응하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야차왕을 향해 말했다.

“야차여, 나는 세 번이나 그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대의 명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

부처님이 자신의 명에 따르기를 거부하자 야차왕은 이때다 싶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좋다. 나는 그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만약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면 나는 그대를 미치게 만들고,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두 발을 잡아 강 건너 언덕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야차왕의 협박어린 선언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다.

“야차여, 천신과 범천, 마라가 속한 하늘 세계나 사문과 바라문, 여러 사람이 속한 인간 세계 그리고 인간이 아닌 것들이 존재하는 모든 세계에 있어서 나를 미치게 만들거나, 심장을 갈기갈기 찢거나, 두 발을 잡아 저 강 건너로 던져버릴 만 한 자를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자,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 보거라.”

알라위 야차왕에게는 그의 부모가 전해준 두루마리가 하나 있었다. 알라위 야차왕의 부모는 과거 가섭 부처님 시절,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야차왕의 부모는 가섭 부처님께 여덟 가지 질문을 하였고, 가섭 부처님께서는 답을 해주셨다. 당시 야차왕은 부모와 함께 가섭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으나 너무 어려서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부모님 가섭 부처님에게 했던 여덟 개의 질문을 황금색 두루마리에 붉은 색 글씨로 적어 동굴에 잘 보관해두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어린 야차는 야차 무리의 왕이 되었고 두루마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무엇이든 물어 보라고 하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야차왕은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질문을 부처님께 던졌다.

거듭된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물은 무엇인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맛 중의 으뜸가는 맛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을 훌륭한 삶이라 하는가?”

야차왕의 질문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곧바로 대답하셨다.

“믿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물이요, 바른 행동이 행복을 가져온다. 진리는 제일가는 맛이요, 지혜로운 삶을 훌륭한 삶이라 한다.”

야차왕은 놀란 표정으로 다시 두루마리에 있는 질문을 읽었다.

“어떻게 거센 바다를 건너고, 어떻게 악마를 이기며, 어떻게 괴로움을 떠나 번뇌를 극복하며, 어떻게 청정을 얻는가?”

“믿음으로 거센 바다를 건너며, 방탕함을 떠나 악마를 이긴다. 정진에 의지하여 괴로움을 떠나 번뇌를 극복하며 지혜를 닦아 청정을 얻는다.”

부처님의 막힘없는 대답에 야차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부처님의 대답은 두루마리에 적혀있는 가섭 부처님의 법문 내용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고 똑같았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혔던 야차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질문했다. 

“어떤 것이 지혜를 얻는 길인가? 어떤 것이 재물을 쌓는 길인가? 어떻게 해야 명성을 얻고 어떻게 해야 우정을 얻을 수 있는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향할 때 어떻게 해야 슬픔을 얻지 않을 수 있는가?”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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