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특정인 아니라 모두의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ㆍ화해 평등위 구성

소수자만 해당되는 법 아냐
개별 법규는 실효성 떨어져
‘포괄적인 안전장치’ 필요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지난 5월17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금지의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차별을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혐오발언 등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105개 시민사회 종교단체들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 제정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사회노동위원회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한부모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으며, 20대 국회에서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 3월 재출범한 연대에는 40여 단체가 참여했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단체가 함께 해 활동 또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종단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설 것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화해와 평등위원회’ 설치 운영을 제안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4월 소수자의 차별을 막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차기 정부의 10대 인권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대사회적인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에 발맞춰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의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시대 변화에 따른 소수자 혐오나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앞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토론 등을 통해 ‘모두에게 필요한 법’이라는 폭넓은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변인이자 이주민방송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혜실 씨는 “차별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다 연결돼 있는 사안”이라며 “비장애인도 일하다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을 수 있고, 엄마이면서 비정규직일 수 있고,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에 다니는지에 따라 시급이 다른 등 복합적이므로 이제는 여러 차별을 놓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이 차별인지 혐오발언인지 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며 “차별금지법을 통해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를 위해 인권 감수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헌법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법, 근로기준법 등의 법률에서 차별금지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법을 따로 제정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법률이 분산돼 있어 개별적으로 차별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보니, 차별에 대한 개념부터 제각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피해자 구제에 관한 규정도 각기 다르고, 관할 기관도 달라 우리 사회 만연해 있는 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조혜인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권고에 그쳐 차별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가 어렵다”며 “개별법이 존재하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법을 만들어 평등에 대한 가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지 10여년이 지난만큼 예방차원의 규정 등이 담길 수 있도록 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 합법화’라는 비판을 받아 2007년 이후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인권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번 새 정부에서 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교신문3307호/2017년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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