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문화재 보존과 활용 세미나 개최

화엄사는 신임주지 진산식을 대신해 화엄사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불교인을 위한 성보 문화재'에서 '국민속의 문화재'로 문화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스님)는 지난 13일 경내 화엄원에서 ‘화엄사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지 진산식을 대신해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달에 부임한 신임 주지 덕문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과감하게 '성보문화재'에서 '성보'를 떼고 화엄사 '문화재'를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를위해 스님은 “기존의 건물불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찰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해 불교문화유산 관람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불사에 주력 하겠다”고 밝혔다.

총무원 문화부장 정현스님도 축사에서 “화엄사 성보를 종도와 국민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향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열린 세미나는 ‘문화재, 국민속으로 가다’란 부제와 함께 학계의 문화재 전문가뿐 아니라 문화재청 행정실무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세미나장에는 포살을 마친 제19교구본사 재적 스님을 비롯해 스님 150여 명과 문화재 관계자, 불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최근 고조되는 사찰문화재에 대한 관심의 열기를 엿볼수 있었다.

주지 덕문스님 인사말
화엄사 성보박물관장 대진스님.

기조 발표에서 화엄사 성보박물관장 대진스님은 “화엄사는 연간 60만명 이상 찾아오고 있지만 유, 무형의 문화재를 자원화하고 국민과 공유하는 데는 걸음마 단계”라며 “불교 문화재 정책의 모범사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첫 주제발표에 나선 경주대 임영애 교수는 ‘화엄사 불교미술’에서 “소형 틀을 이용해 불상을 찍어내는 청동불 차차(TsaTsa)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엄사 서오층석탑에서 나왔다”며 “선업을 위해 공덕을 쌓는 차차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대 오세덕 교수는 ‘화엄사 석조문화재 현황 및 보존방안’과 관련해 “화엄사는 석탑, 석등, 석경 등 석조 문화재의 보물창고”라고 규정하고 “계절, 시간에 따라 변하는 석조문화재의 특성에 따라 설명을 달리하는 독창적인 안내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문화유산연구원 박상국 원장은 ‘화엄사 석경의 복원 및 활용’에서 “통일신라 때 조성한 화엄석경은 전쟁이후 삼국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며 “화엄석경은 현대에도 계층간, 동서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문화재로 파괴된 석경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이혁재 사찰조경연구위원은 ‘사찰조경’과 관련해 “훌륭한 자연환경속에 자리한 사찰은 그대로가 완벽한 사찰조경”이라며 “과도한 식재, 테마파크, 인공정원보다 지역의 것을 활용해 앞으로의 천년 또한 천년전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최응천 교수는 ‘화엄사 불교문화유산의 가치’에서 “화엄사는 자연친화적 산지가람을 극대화한 진정한 화엄세계를 표현한 도량”이라고 설명하고 “화엄사 불교미술의 특성은 △당당하고 웅장한 스케일 △섬세하고 화려함 △파격과 다양성 △불교문화 컨텐츠의 보고 △다양한 조각품 △원형이 잘 보존된 것” 등으로 요약했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문화재 전문가와 함께 문화재청 실무자들도 발표자로 나와 불교 문화재와 관련된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보존과 활용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문화재청 황권순 유형문화재과장은 ‘문화유산 콘텐츠 발굴의 필요성’에서 “내년도 국고보조사업비는 2015년에 비해 1/3 수준이다”며 “향후 국가보조사업은 건축불사보다 스님, 신도, 지역사회, 국민 등 네바퀴가 연계된 문화 컨텐츠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황 과장은 “오랜 세월 불교가 문화재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문화재가 불교를 지킬 것”이라며 “문화재를 징검다리 삼아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춘 스토리텔링, 스님들의 일상생활과 전통수행 등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문화재청 박한규 정책총괄과장은 ‘콘텐츠 개발을 통한 문화재 관람료 대체방안’에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문화재 사찰의 관람료 징수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일부 문화재 관람료 사찰에 대한 불만 등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해 사찰이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과장은 부산 범어사, 덕유산 백련사, 설악산 백담사 등 문화재 관람료 폐지 사례를 소개하고 “총무원,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문화재관람료 해결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박동석 문화유산교육팀장은 ‘사찰문화재 활용 방안’에서 “그동안 보존에 머물던 국가 문화재는 2008년부터 활용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2018년도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을 8월 11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박 팀장이 소개한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은 템플스테이, 사찰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 문화재, 조경 건축 예술 역사 이야기를 통합하는 문화사업, 교육, 강좌, 공연, 순례사업 등 사업당 3천만원~1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문화재청 김종승 천연기념물과장은 ‘명승 내 사찰 보존관리 대책’에서 “국내 사찰 숲은 임산물 채취, 수목장, 생태공원, 숲길걷기체험, 여름숲속학교, 숲해설가양성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과장은 “전통적으로 사찰입구에 소나무 숲을 조성했다”며 “사찰 들머리에 사찰을 수호하는 소나무 숲 조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화엄사의 역사적 가치와 발전방향’에서 “화엄사를 대표하지만 파괴돼 1만6000여 점의 조각으로 남아있는 화엄석경의 퍼즐을 맞추고 복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사적기를 정리해 혼재된 화엄사 역사, 유물, 생활 등을 바로잡아 천년문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진행을 맡은 이재호 국장(씨피엔문화유산)도 “이제 불교 문화재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루빨리 자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부 토론에서 지리산 연기암 주지 만해스님은 “화엄사에 사는 대중이지만 화엄사를 대표하는 석경, 괘불 등의 성보 문화재를 직접 접하기 어렵다”며 “성보문화재는 보관뿐 아니라 함께 보고 느끼는 문화재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화엄사 정암스님은 “성보문화재 복장물은 비보 성물”이라며 “3년전부터 4사자석탑이 정비사업으로 해체데ㆍ는데 복장물이 나왔으면 공개하고 빠른 시일내에 제자리에 모셔야 한다”고 문화재 관계자들에게 요청했다.

또한 한국문화재재단 김영수 홍보팀장은 “화엄사만의 자랑거리를 찾았지만 여느 사찰과 특별함이 없다”며 “젊은층을 위한 홍보와 화엄사 키워드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와같은 참가자들의 토론과 관련해 주지 덕문스님은 “교구 산하 문화재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겠다”며 “이번 세미나를 정리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화엄사는 세미나에 앞서 동영상으로 제작한 ‘천년의 약속’을 통해 △교구통합 인터넷 성보박물관 구축 △성보문화재 서포터즈 구성 △ 대중을 위한 ‘힐링의 공간’을 약속했다.

세미나 현장
단체 기념촬영
사회를 맡은 이재호 씨피엔문화유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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