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총무원장 선출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거인단의 전원 만장일치로 

행해져야 한다

이것만이 승단의 

항구적 화합을 

일궈낼 방편이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발명해낸 정치제도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의 직접참여로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교묘하게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선동정치가 나왔고, 성공한 상인들이 축적된 부를 이용해 다수의 대중을 매수하는 금권정치의 폐단 등이 나타났다. 그래서 ‘도편추방법’을 만들어 아테네의 정치가 중 부패한 인물을 일정기간 국외로 추방하는 법까지 시행했다. 

플라톤은 이런 민주정을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소수의 현자들이 이끌어가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주의의 시원지라 일컬어지는 아테네는 민주주의, 다수결이 갖는 대중들의 눈 어두움과 선동의 폐해로 인한 정치적 타락이 원인이 돼 숙적 스파르타에게 멸망하고 만다.

종교지도자를 선출하는 모범이 되는 로마 바티칸의 교황선출을 위한 추기경회의는 주지하다시피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이 처음부터 그것을 채택한 것은 아니었다. 1179년에 열린 ‘라테란 공의회’ 의결의 내용은 로마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추기경회의에서 3분의 2의 다수결 선출방식을 채용했다. 그러나 파벌에 의한 교단 내 분열과 선거의 조직적 지연 등으로 교황의 궐위가 3년 동안 지속됐다. 결국 참을 수 없는 교회신자들에 의해 추기경들을 한 곳에 감금하다시피하고, 빵과 물 밖에는 제공하지 않은채 만장일치로 교황을 선출하게 했다. 이것이 ‘콘클라베’, 이른바 ‘열쇠로 잠근다’라는 뜻인 교황선출의 만장일치제의 시작이었다. 

부처님 당시의 승가제도도 인도 고대사회가 가진 많은 정치적 장치들을 가져왔던 것 같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해가며 위협적인 외부의 적들을 물리치며 촌락과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고대 인도 촌락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민회에 참가할 수 있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모두 만장일치 또는 전원찬성의 결정으로 일을 도모하였다.

율장에는 승가형성의 기본조건을 비구가 4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승가 내부에서 중요한 결정사항은 반드시 만장일치를 채택했다. 이는 승가 내부의 이견(異見)으로 인한 분열을 막고 화합을 성취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었다.

오늘날 교구본사 주지직의 선출은 교구본사 내 재적승들의 민주적 선거절차,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조계종 총무원장의 선출은 중앙종회의원과 교구본사 내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승가의 어떠한 선거라도 율장에 의한 만장일치 또는 전원찬성의 전통을 되살린다면 오늘 조계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선거에 따른 잡음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수행자들이 지향하는 것은 주지직도 아니고 원장직도 아닌, 그저 생사고(生死苦)를 여윈 대자유를 향한 출격대장부의 길일 것이다. 여기서 주지직 등은 대중과 승가를 편안하게 하는 큰 보살의 도구들인 터, ‘무엇을 위해 삭발을 했나?’ 출가자들은 깎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야 할 것이다.

율장의 요소요소에 박힌 부처님의 말씀은 “비구들이여 화합하고, 또 화합하라”는 가르침이다. 

향후 총무원장 선출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거인단의 전원 만장일치로 행해져야 한다. 이것만이 승단의 항구적 화합을 일궈낼 지혜로운 방편이다. 

[불교신문3306호/2017년6월17일자] 

도권스님 논설위원·도선사 교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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