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절에 갔더니 요즘이 여름안거 철이라고 하던데 안거가 무엇인가요?

안거는 인도 산스크리트 말 ‘바르시카(varsika)’에서 왔어. 비를 가리키는 ‘바르사(vara)’에서 온 말로 비를 피해 집에 있다는 뜻이야. 인도는 열대 몬순 기후 탓에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이면 너무 덥고 비가 많이 내려 습도가 높단다. 이럴 때 나다니다가 폭풍우를 만나게 되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아울러 숲이나 들판을 오가다가 무심코 벌레들을 밟아 죽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생겨났어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한여름 석 달 동안은 마을에 들어가거나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절에 머무르면서 오직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다움을 일깨우라고 하셨어. 그런데 불교가 사시사철이 뚜렷한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에도 나다니기 힘드니까 겨울안거에 들도록 했어. 그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두 번 안거를 치른단다.

비가 많은 여름철 숲길을 오가면

위험하고 벌레를 밟을 수도 있어

절에 머무르며 수행한 데서 유래

할애비가 모셨던 법정스님은 사람들이 여름에 수박을 먹고 수박씨를 마당에 뱉어놓으면 얼른 비를 가져다 쓸어버리셨어. 버려두면 흙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서둘러 치우시느냐고 하는 사람들 물음에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개미를 자칫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치운다고 하셨지. 

안거에 드는 것을 가리켜 마음을 다진다는 뜻을 담아 ‘결제’라 하고, 안거를 마치는 것을 다진 것을 푼다고 해서 ‘해제’라고 하지. 여름안거는 음력 사월보름부터 백중날인 칠월보름까지 석 달 동안 여름에 펼쳐지고, 겨울안거는 음력 시월보름부터 다음해 정월보름까지 겨울 동안 펼쳐져요. 

안거를 마친 스님들은 ‘만행’을 떠나는데 만행은 ‘여러 가지 참다운 짓’이란 말이야. 안거기간에 가슴에 새긴 참다운 뜻을 세상 사람들을 아우르며 펼치는 것을 가리키는 거지. 옛 스님들은 만행을 떠날 때 짚신을 삼아 바랑에 걸고 다니셨대. 그런데 짚신 절반은 아주 야무지게 삼고 나머지는 아주 성글게 삼아 가지고 가셨다지 뭐야. 잘 다져진 길을 걸을 때는 탄탄한 짚신을 신고, 풀섶을 걸을 때는 성근 짚신을 신고 다니셨대요. 그 까닭은 야물고 탄탄한 짚신을 신고 풀섶을 디디다가 자칫 벌레를 밟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셨다는구나. 

[불교신문3306호/2017년6월17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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