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재물 등은 ‘정인’ 통해 관리

성경엔 없지만 불경 곳곳에 언급 

교리 근거 ‘불교경영학 정립'하면

세속에도 지혜ㆍ교훈 줄 수 있어

나는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불교를 처음 공부할 때, 부처님은 과연 경영에 대해 어떤 사고를 가지고 계셨을까 궁금했다. 내가 배운 경영학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불교 교단을 경영하셨을까, 혹은 아주 유사한 방법으로 경영하셨을까 알고 싶었다. <성경>에는 예수의 경영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불교경전에는 부처님의 경영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많이 설해져 있고 부처님이 곳곳에서 경영에 대해 직접 언급하셨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지만 내가 배운 경영학의 중요한 원칙들이 경전 곳곳에 설해져 있어 참으로 흥미로웠다.

부처님은 출가자들이 돈이나 재물에 개입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했다. 예를 들어 출가자들은 돈을 만져서도 안 되고 돈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서도 안 된다. 돈 뿐만이 아니라 귀금속도 마찬가지다. <사분율>에는 “비구들이 과일밭을 얻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받아도 좋다’하시고 누가 관리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절을 지키는 사람이나 사미나 우바새를 시키라’하셨다. 그들이 지킨 삯을 받으려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밥값과 일한 삯을 계산해서 주라’하셨다”고 설해져 있다.

만약 출가자들이 돈이나 재물에 개입하지 않으려면 누군가 사찰에서 대신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대신 관리해줄 사람은 재가자나 왕이 파견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었는데 이들을 정인(淨人)이라고 불렀다. 정인에게는 반드시 대가를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시니 아무리 신도라 할지라도 정인이 되면 자원봉사의 개념에서 일하는 게 아니고 결국 관리자의 입장에서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종교 조직에 경영이라는 개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교회에서도 경영개념을 도입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신성한 신의 전당에 웬 경영?’이라며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사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에 조계종에서 실시하는 주지 교육과정에 경영학 관련 과목이 개설되는 것을 보면 불교에서는 이제 사찰 경영에도 경영기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충분히 퍼져 있다고 생각된다. 부처님은 과연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혹시 언급이라도 하셨을까? 아예 침묵하고 계신 걸까? <증일아함경>은 소를 잘 관리하면 6마리의 소가 6년 만에 60마리가 된다고 설한다. 어떻게 경영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부처님이 강조하신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출가자들이 머물렀던 사찰은 경전에서 ‘장자’로 표현되는 부자나 왕이 지어준 건물이었다. 장자나 왕은 건물을 지어 보시하면서 관리도 책임졌다. 경전을 보면 왕이 수백 명의 관리자를 파견하고 비구가 선발한 책임자가 이들을 지휘했다. 아무리 왕이 관리자에게 정성껏 출가자들을 모시라고 명령해도 잘 지켜지지 않을 수 있지만 최고 책임자를 사찰에서 임명하면 관리자는 출가자에게 소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 책임자를 왕이 임명하면 출가자보다는 왕의 눈치를 더 보겠지만 출가자가 임명하면 출가자를 위해 일하게 된다. 비록 대부분의 경영이 출가자에 의하지 않고 정인에 의해 수행되었지만 출가자가 부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찰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는 비구를 지사(知事)비구라고 했는데 방을 분배하는 비구, 보시물을 수령 보관 분배하는 비구, 창고를 지키는 비구, 옷감을 지키는 비구도 있었다. 경영에 참여하는 비구들이 자신의 권세를 이용해서 특권을 누리자 그러면 안 된다고 부처님은 엄격하게 금지했다. 따라서 기업이나 기타 조직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들이 더 좋은 시설에서 더 많은 봉급을 받는 것은 불교 교단에서는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 교단의 경영은 돈에 관한 특별한 원칙과 기법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경영을 세속적인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배척한다면 부처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세간에서 공부하는 경영학이 불교 교단의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불교 교단의 경영은 종교조직으로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세속의 경영학을 불교에 맞추어 수정하지 않으면 자칫 불교교리의 핵심을 어기게 된다. 불교교리에 근거한 가칭 ‘불교경영학’을 정립한다면 반대로 세속의 경영학에 많은 지혜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불교 교단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불교신문3306호/2017년6월17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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