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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서 공부해서 대학 갔다”정년퇴임 앞둔 서윤주 금호청소년독서실 관장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같던 독서실

순차적 개선…체험프로그램 도입해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꿈 전달…

 

‘불교복지’라는 큰 그림에 작은 선하나 긋고 갑니다

“예쁜 아줌마가 관장으로 왔다가 할머니가 돼 퇴임하게 됐네요.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불교복지라는 큰 그림에 작은 선하나 그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성동구립청소년독서실을 24년간 운영해온 서윤주 관장이 오는 12월 정년퇴임한다. 1994년 조계종유지재단 명의로 위탁받아 운영해 온 이 시설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설립 이후 법인 변경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서 관장을 지난 7일 만났다.

재개발이 시작된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청소년독서실은 ‘폐허 속에 갇힌 작은 공간’이었다. 독서실 바로 앞은 공중화장실이었고, 곳곳에서 폐타이어를 태우는 냄새가 진동했다. 시설도 매우 낡다보니 아이들도 오지 않았다. “도저히 운영을 못하겠다고 하소연을 하자 구청 담당자가 책 읽으면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계시라는 거예요.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는데, 3년 만에 처음 청소년 한명이 공부하러 왔어요.”

서 관장은 당시 급여가 30만원이었다고 말한다. 왕복 차비와 식대 정도였다. “독서실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릴까”도 몇 번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임도 마땅치 않은데다가 두 자녀를 보면서 “그래도 이 일이 보람 있겠다”며 생각을 다시 바꿨다.

“여름은 외투를 입고 와야 하는 시설, 겨울에는 반팔로 다니는 시설로 만들자는 모토를 세웠어요.” 주변에 들어서는 사설 독서실, 대형 도서관과 비교할 때 시설이 워낙 열악했다.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냉난방을 가동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개년 계획을 세워 시설을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금호동 주민센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후원물품도 확보했다.

독서실 하루 이용료는 500원이다.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주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것”이란다. 낮에는 일반인에게도 독서실을 개방했다. 또 멘토링 학습교실도 열고, 매년 한차례 청소년들과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찾아 위안부할머니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점차 아이들이 독서실을 오기 시작했고, 고정적으로 방과 후 독서실을 찾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지금은 연간 2만명이 이용하는 시설이 됐다.

“독서실 이용시간이 밤 11시까지예요. 퇴근 후에 봉사자들이 관리를 하지만, 연수 등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늘 그 시간까지 금호동을 못 벗어나고 살았네요. 혹시나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몰라서….”

자녀를 데리고 온 아빠가 “여기서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갔다”며 시설을 찾아올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는 서윤주 관장은 “퇴임 이후 못 가본 여행을 실컷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까지 장기간 여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나라를 찾아 볼 생각이란다.

작은 정원을 구경하는데 한 어르신이 지나가다 묻는다. “여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건가요?” “아니요. 불교 조계종에서 운영해요.”

고향이 대전인 서윤주 관장은 어릴 때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어머니를 따라 동학사를 다니면서 불교와 인연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이 손녀들을 데리고 종종 절을 찾는다고 한다. 40대 이후의 삶과 추억이 녹아있는 독서실을 돌면서 “시설을 수리할 곳이 많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늘 청소년에게 미안하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후임 관장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3306호/2017년6월17일자]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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