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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타스님의 손편지]<9> 먼저 용서하라동생만 예뻐하는 엄마가 미워요!

스님! 저(민서진, 24, 여)는 엄마와 동생이 너무 밉습니다. 엄마는 늘 저를 무시하시면서 제가 하는 일마다 못마땅해 하시고 동생에게는 항상 다정하게 대해 줍니다. 저는 4살 때부터 시골 할머니 댁에서 자랐습니다. 엄마는 동생을 낳고 어린애 둘을 돌보는 것이 힘들어지자 4살인 저를 할머니 댁에 맡긴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8살에 집으로 돌아 왔지만, 엄마와 아빠는 멀게만 느껴졌고 저는 가족이 아닌 손님으로 생각 됐습니다. 낯선 가족들 사이에서 저는 늘 혼자였습니다. 반면에 동생은 부모님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런 동생이 얄밉고 부러워서 쌀쌀맞게 대하고 엄마에게도 항상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참견하지 말라’고 소리부터 지르며 자꾸 화를 내게 됩니다. 엄마에게 무조건 화부터 내는 저를 바꾸고 싶은데, 스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서진 씨를 많이 칭찬해주고 싶네요.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아픈 마음을 가족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견디느라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그 아픈 마음을 딛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서진 씨의 용기가 참으로 대견스럽습니다.

어린 서진이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에 대한 분노와 동생에 대한 미움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와 떨어져 지냈던 4년이라는 시간은 4살 서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크나큰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과 가장 편안했던 엄마 품으로부터 홀로 떨어진 불안감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만 했으니까요.

정신의학자 카를 융(Carl Jung)에 의하면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자신만의 불안이나 결핍을 느끼는 심리적인 매듭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매듭을 어떤 이미지나 상황이 건드리게 되면 나머지가 다 함께 움직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 전체가 예민해지고 말이나 행동도 지나치게 반응하게 된다고 합니다.

서진 씨가 매번 엄마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화내고 짜증내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무의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진 씨의 진짜 마음은 ‘사랑해요 엄마,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라는 간절한 요청임을 서진 씨도 잘 알 것입니다.

서진 씨.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울음으로 표현하거나,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용인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반대로 표현하고, 숨기기만 하면 서진 씨의 진짜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되고, 결국에는 오해와 갈등을 불러옵니다. 서진 씨는 성인이고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마음을 알아봐주기만 바라지 말고, 서진 씨가 먼저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를 보듬어주세요.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감당해야 할 고통의 무게가 있지 않았을까요?

어린 서진이는 알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된 서진이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서진 씨도 한 여자로서, 앞으로 엄마가 되어서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를 깨닫고, 오히려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될 지도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잡아함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성낼 곳에 성내지 않으면 마음은 깨끗하여 번뇌가 없으리라. 만약 미움을 미움으로 대하면 그 미움은 반드시 자기가 받느니라. 바람을 마주하여 먼지를 털면 먼지는 다시 자기에게로 오듯이. 미워하는 사람이나 미움을 미움으로 대하는 사람이나 그 누구도 재앙을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했습니다.

서진 씨가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하다보면 마음 속 갈등과 미움이 어느새 풀어지고 없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 3306호/2017년6월17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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