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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향한 짝사랑 그만하고 싶었다”'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 인터뷰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140만 관객을 넘어섰다.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단 기간 100만 관객 돌파다.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은 2014년 개봉한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세운 480만. 100만 관객 돌파까지 개봉 후 17일이 걸렸다. 영화 관계자들은  ‘캐리비안의 해적’ ‘미이라’ ‘원더우먼’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도 굳건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노무현입니다’가 이변이 없는 한 한국 다큐 영화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한 노무현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는 반전 드라마를 담았다. 제작 기간 8개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그 반대편에 있던 이화춘 안기부 직원 등의 인터뷰와 경선 당시의 영상 기록들로 철저히 팩트에 근거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 시선으로 노무현이란 인물을 관조하지만, 미안함과 그리움, 분노와 울분 없인 볼 수 없는 영화기도 하다. 

‘노무현입니다’ 흥행 파죽지세
역대 최단 기간 100만 관객 돌파
이창재 감독 “애도하는 마음으로
마음앓이하느니 직접 만들자 생각“

이창재 감독.

이창재 감독은 백흥암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길위에서’ 등으로 교계 안팎에서 이미 잘 알려진 감독이다. 그 스스로도 불교와의 인연을 말하는 데 거침이 없다. ‘불교신자’라 부르기 보다는 실천과 수행을 믿고 따르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불제자’라 불러 달라 하고, 작품 활동이 끝나면 ‘유럽 여행’ 대신 위빠사나 수행센터를 찾아간다는 이 감독을 지난 7일 ‘노무현입니다’ 상영회를 앞두고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났다. 

-‘노빠’도 ‘노사모’도 아니라고 들었다. 특별한 인연도 없는데 왜 ‘노무현입니다’였나?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다. 봉하마을은 너무 멀었고 광화문 광장에 열린 장례식에 용기내 가봤다. 침통과 눈물로 덮인 광장을 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는데, 만장이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 노사모를 ‘폭도’로 생각한 정부와 경찰이 만장을 메달 대나무 사용을 허락하지 않아서, 다들 플라스틱 소재로 된 PVC 파이프에 만장을 메달아 들고 있었다. 서글프기도 하고 화도 났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온 조문객들을 이런 식으로 모욕해도 되나. 유치하고 졸렬한 방법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날 이후로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 바보 노무현, 보통 사람 노무현, 그리고 이젠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노무현에 대한 짝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영상이란 영상은 다 찾아 봤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힘들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을 찾아다니느라 마음앓이 하느니 차라리 직접 영화를 만들자 생각했단다.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다들 ‘미쳤냐’고 했다. 개봉관은 물론 투자 얻는 것도 힘들거라 하더라. 정치적인 분위기도 안 좋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기분 아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조심해라, 교직에서도 잘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흥행 기대는 애초에 접었다. 작은 독립영화관이라도 좋았다. 정부가 이 한 사람을 왜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대체 어떤 사람이 길래, 우리네 기억에서 묻어버려야 했는지, 알고 싶었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진 않더라. 전작 ‘길 위에서’ 만들 때 할 수 있는 모든 고생은 다 해서 그런가(웃음).”

-경선 이야기를 다뤘는데 정작 영화 속에서 ‘정치인 노무현’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 노무현’에만 온전히 초점을 맞춘 건가. 딴에는 ‘노사모를 위한 영화’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노사모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고 볼 순 없다. 노사모 힘이 대단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노사모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있더라. 마치 광신도로 보는듯한 시선이 있다. 사실 노사모는 노무현이라는 인간에 끌린 보통 사람들이다. 그런 누명을 조금이라도 벗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학생, 주부, 회사원 등 결코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만든 대통령, 그들 눈높이에서 기꺼이 섰던 대통령, 그런 데 초점을 뒀다.”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를 대부분 잘라냈다고 하던데.
“재미가 없었다. 3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는데 등장한 것은 1분 정도 되려나. 법조인답게 팩트 중심으로 심심하게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래도 전혀 격의 없이 임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인터뷰 장소가 정말 허름했는데, 대부분 ‘이런데서 찍어도 되겠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아무 말도 없이 자연스레 자리에 가 앉더라. 마지막에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주차장까지 가시더니 다시 돌아와서 ‘혹시 빠트린 부분이 있는데 이야기해도 괜찮겠냐’고 했다.”

-뭐라고 하던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 그 부분이다. 늘 품에 안고 다니던 유서를 읽더니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하시더라. 슬픔을 참고 유서를 읽는 모습에서 다른 분들과 다른 무게감을 느꼈다. 일종의 회한이었던 것 같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꾸 꿈에 나온다고도 하셨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한마디도 할 수 없어 가슴을 자꾸 누른다고 하더라.”

-문 대통령이 이 영화를 봤을까?
“안보셨을 것 같다(웃음). 이전에 ‘길 위에서’를 찍었을 때 문 대통령이 트위터에 소감을 올린 적이 있다. 아마 영화를 보셨으면 반응이 있을 텐데 아직 보진 않은 것 같다.”

-‘노무현입니다’는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나?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영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 지난번 압구정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한 청년이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고 그러더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선입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알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분 같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그런 영화였으면 한다.”

영화 스틸컷.

-이창재 감독이 본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이다. 정치인 대부분 이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 사람의 힘과 권력이 없어지면 뒤에서 그 사람을 노리는 사람도 생겨나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전혀 정치인 같지 않았다. 30년 이상 그 분 곁을 지켜온 사람들이 그 증거다. 동네에 가면 어디서나 누워있을 법한 양반인데 알면 알수록 감탄하게 된다. 처음 보면 참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는데 볼수록 출중하다. 당신은 막상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하는데 정작 그 분을 생각하면 알아서 우러러보게 되는,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다.”

-전작인 ‘길 위에서’는 비구니 스님들 이야기를 다뤘다. 불교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다. 작품을 미리 생각해두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이 끝나면 다음에 또 영화를 만들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한다. 

-아들을 출가시키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아들이 둘 있는데 이제 막 10살, 11살이다. 아내만 허락한다면 하루빨리 출가를 해 수행자의 길을 걷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적으로 여러 가지를 갖췄다고 해서 훌륭한 인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헤매는 인생을 살기보다 하나의 길을 택해 그 길만 올곧이 걷는 수행자의 삶이 제일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불제자’로서 개인적으로는 아쉬라마(수행자의 네 단계 삶)의 삶을 추구한다. 영화 감독, 학교에서의 일들을 내려놓고 나면 수행 공동체를 만들려는 생각도 있다.”

예상 밖의 흥행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이창재 감독의 표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왠지 모를 빚갚음이 읽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꼽은 이창재 감독은 “인간 노무현, 그 민낯 그대로를 봐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스틸컷.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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