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주리판타카를 성자로 이끌어 주신 부처님

 

야, 바로 이거다. 

내 마음의 먼지란 바로 탐내고, 

욕심내고, 성내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어리석은 마음이 

내 마음속의 먼지구나. 

그리고 빗자루는 지혜로구나.’

주리판타카 부처님의 진리를 깨닫다. 

바보 주리판타카 제도상.

게송 한 줄도 못 외워 쫓겨난 주리판타카

부처님께서는 인도의 드넓은 지역을 반열반에 드시기 직전까지 45년 동안 걸어 다니시며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하셨다. 위로는 국왕으로부터 아래로는 최하층 천민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하시면서 숱한 일화를 남기셨다.

부처님께서는 주리판타카(C~ulapanthaka)라는 바보를 성자로 이끌어주신 일도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주리판타카를 보셨다. 그는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는 사람이었지만 부처님께서는 그의 심성이 매우 착하고 부지런하다는 것을 아시고 그에게 다가가 물으셨다.

“주리판타카야, 왜 거기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느냐?

주리판타카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 저는 머리가 너무 나빠서 사형들이 가르쳐주는 게송을 하나도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보고 부처님의 제자가 될 가망이 없다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습니다. 부처님 저는 부처님 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 당시 부처님의 제자들은 거의 다 뛰어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인품도 훌륭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부처님의 제자 중에 유독 이주리판타카는 굉장한 바보였다. 그는 진리의 게송 한 구절도 외우지 못했고, 심지어 쓸고 닦고를 일러주면, 쓸고하면 닦고를 잊어버리고, 닦고를 하면 쓸고를 잊어버릴 정도로 바보였다.

이런 주리판타카와는 달리 그와 함께 출가한 그의 친형 마하판타카는 머리가 총명한데다 열심히 노력하여 이미 성자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같은 형제이면서도 형과 동생이 이렇듯 딴판이었다. 동생 주리판타카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너무너무 바보라고 흉을 보고 비웃었다.

그의 형 마하판타카는 매우 난처하여 하루는 아우를 불러 “아무래도 넌 안 되겠다.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 일이나 거들어 드리고 살아라. 너는 너무나 아둔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오직 형만을 믿으며 부처님의 제자가 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가던 주리판타카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집에 가서 살기도 싫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도를 배우고 싶어서 절 문 밖에서 엉엉 울고 있었던 것이다.

 ‘왜 빗자루로 마당을 쓸어야 할까?’

이러한 정황을 환히 꿰뚫어보신 부처님께서는 주리판타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주리판타카야, 걱정하지 말아라. 너는 출가하여 내 제자가 되었으니 내 곁에서 지내도록 하여라. 내가 깨달음을 이룬 것은 모든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다. 네 형처럼 똑똑한 사람도 구제해 주고, 어리석은 사람, 바보 같은 사람도 구제해 주느니라. 자, 내 처소로 가자.”

주리판타카를 당신 처소로 데리고 오신 부처님께서는 주리판타카에게 빗자루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주리판타카야, 너는 오늘부터 아무 것도 외우지 않아도 좋다. 그 대신 이 빗자루로 매일매일 마당을 쓸며 ‘왜 빗자루로 마당을 쓸어야 할까?’ 하고 생각해 보아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주리판타카는 “네, 부처님, 마당은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환히 웃었다.

그 후 주리판타카는 부처님께서 시키신 대로 매일매일 열심히 마당을 쓸면서 생각하였다. 그러나 ‘왜 빗자루로 마당을’까지 외우다 보면 ‘쓸어야 할까?’를 잊어버리고, ‘쓸어야 할까?’를 외우면 ‘왜 빗자루로 마당을’을 잊어버렸다. 그처럼 주리판타카는 머리가 나쁜 바보였다. 그래도 주리판타카는 부처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고맙게 생각하여 실망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꾸준히 마당을 쓸면서 생각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주리판타카는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마당의 먼지를 쓸어내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 먼지는 쓰레기이고, 쓰는 것은 깨끗해지는 것이구나.’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부처님께서 빗자루를 주시면서 마당을 쓸라고 하신 뜻을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하였다. 주리판타카는 여러 해가 지나도록 꾸준히 마당을 쓸면서 생각하였다.

골똘히 생각하던 주리판타카는 ‘아! 부처님께서 마당을 쓸라고 하신 것은 내 마음속의 먼지를 쓸어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의 먼지는 뭘까? 어떻게 마음속의 먼지를 쓸어버릴 수 있을까?’

이와 같이 주리판타카의 생각은 점점 깊어갔다. 그날도 여전히 마당을 쓸면서 깊은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부처님 말씀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되었다.

바보 주리판타카(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선수단).

 진리를 깨달아 성자가 된 주리판타카

‘야, 바로 이거다. 내 마음의 먼지란 바로 탐내고, 욕심내고, 성내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어리석은 마음이 내 마음속의 먼지구나. 그리고 빗자루는 지혜로구나. 그래 이제부터는 지혜의 빗자루로 마음속의 모든 번뇌 망상을 쓸어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주리판타카는 너무 기뻐서 황급히 부처님께 달려가 말씀드렸다.

“부처님, 저는 부처님께서 제게 일러주신 ‘왜 빗자루로 마당을 쓸어야 할까?’의 뜻을 알았습니다.”

주리판타카의 말을 들은 부처님께서도 매우 기뻐하시 면서 물으셨다.

“그래 판타카야, 너는 그 뜻을 어떻게 알았느냐?”

“부처님, 부처님께서 마당의 먼지를 쓸라고 하신 것은  제 마음속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의 먼지를 지혜의 비로 쓸라고 하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제 마음의 모든 번뇌 망상의 먼지를 쓸어냈습니다.”

“주리판타카야, 장하고 장하다. 너는 이제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났구나. 진리를 깨달았구나.”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그 우둔한 주리판타카가 깨달음을 얻은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많은 경을 읽어도 그 참된 뜻을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하나의 법구라도 그 뜻을 참으로 알고 그것을 실천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주리판타카를 보아라.”

이렇게 해서 주리판타카는 기원정사 안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주리판타카는 부처님의 많은 제자 중에서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성자로 손꼽히게되었다. 주리판타카 같은 바보도 꾸준하게 열심히 노력하여 빛나는 지혜를 얻고 진리를 깨달아 성자가 되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아무리 우둔한 사람일지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도에 이를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302호/2017년6월3일자] 

성일스님 화성 신흥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