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꽃’ 교정교화 / 불심을 전하는 사람들

소년원, 고봉중고 법회 현장

법회를 시작하면서 함께 절을 하고 있는 고봉중고 학생들과 봉사자.

삼귀의와 반야심경 낭독을 마치고 10분간의 명상시간. 잔잔한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20여 명의 아이들이 침묵에 들었다. “딱. 딱. 딱.” 죽비소리가 울리자 법당은 다시 수다를 떠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찼다.

“자, 명상을 하면서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요?” “여자친구 생각이요.” “아, 그럴 수 있겠네. 다른 친구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부모님 생각이요.”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했는데,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요.” 마치 말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듯, 아이들이 몇 마디씩 말을 쏟아낸다.

결손가정 아이들의 비행은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잘못은 아닐까…외형적으로

그대로인 듯한 아이들이지만

개별면담 통해 변화 느껴…
 

지난 5월27일,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고봉중고등학교를 찾았다. 소위 소년원이다. 적게는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아직 가족의 품이 그리운 아이들이 한때의 실수로 인해 이곳에서 단체로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정기법회가 열린다. 불교반은 대한불교진흥원과 불교여성개발원, 서울 신촌 봉원사에서 4개 조를 편성해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해 법회를 열고 있다. 이날은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에서 법회를 맡았다.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팀 봉사자들이 지난 5월27일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옥영 여성불교연합회장, 심연홍 전 교정교화센터장, 이정란 포교사

아이들의 주된 관심은 먹거리다. “먹어도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는 청소년들이지만, 이곳에서의 식사는 제한돼 있다보니 법회 때면 “법문보다 간식에” 더 관심이 가는 아이들이다. 명상에 이어 20여 분간의 법문이 끝나고 아이들이 둘러앉았다. 이날 준비한 빵과 과일, 컵라면을 먹는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대구가 집이라는 김00 군은 “얼마 전에 입소했다. 어머니를 따라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가던 기억이 나 처음으로 법회에 왔다”며 “법당에 왔지만 계속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며 고개를 떨궜다. 기영(가명) 군은 커피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출소 이후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면서, 좋은 여자친구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정말 잘 키우고 싶다”며  꿈을 말했다.

심리상담을 공부하던 중 2010년 이곳을 알게 된 후 꾸준히 봉사에 참여해 온 심연홍 씨는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결손가정이다. 사람다운 정과 대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 어른들도 없다. 결국 청소년의 범죄는 어른과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라며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좋은 씨앗을 마음에 심어주고 싶다. 가끔 마음이 변화하는 아이들을 접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색칠한 만다라

심 씨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타 종교의 경우 조직적이고 풍부한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불교는 개인적 참여에 머물다 보니 봉사자들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종교반 참여율도 전체 300여 명 가운데 개신교가 200여명, 가톨릭 60여명, 불교가 30여 명이라고 한다. 심 씨는 “청소년기는 매우 활동적이고 동적인 시기다. 이 아이들에게 명상 등 정적인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불교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을 법당으로 오게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쌤. 다음엔 통닭 좀 사오면 안돼요?” 한 아이의 말에 심 씨가 선뜻 대답을 못한다. “그래”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안에서만 맴돈다. 옆에서 한 아이가 끼어든다. 청주와 광주 대전소년원 시설을 비교하며, 종교시간 간식도 비교한다. “원래 불교가 좀 먹을거는 적어. 하지만 제일 편하긴 하지.”

법회를 마치고 교정교화위원들이 다시 문을 나섰다. 세 번 철문을 지나야 밖이다. 운동장에서 보니 2층 규모의 고봉중고등학교 뒤로 10층 넘는 규모의 경기외국어고등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외고 가운데 가장 높은 학비를 받는, 잘 사는 아이들이 주로 다닌다는 학교다. 학교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어찌보면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그 위치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심연홍 씨는 “얼마 전 출소한 한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독립된 생활을 하느냐 열심히 살고 있다. 종종 아이에게서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온다. 남이 못한 특별한 경험을 잊지 말고,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봐라. 네 인생은 네가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을 해주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보다 많은 스님, 불자들이 교정교화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3302호/2017년6월3일자]

의왕=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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