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벗에게 

도정스님 지음/ 담앤북스

시인의 눈과 수행자의 가슴으로

세상사 대한 통찰 담은 편지글

벗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이자

삶의 허전함 달래는 솔직한 독백

앞만 보며 내달린 사나워진 마음

보듬는 스님의 말과 사유 돋보여

‘시 짓는 수행자’로 잘 알려져 있는 <월간 해인> 편집장 도정스님이 시가 아닌 산문집으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불교신문에 ‘시인 도정스님의 향수해’를 연재하고 있는 스님은 최근 선보인 <사랑하는 벗에게>에서 세월이 갈수록 자꾸만 작아지며 소리 없이 아파하는 벗들에게 띄우는 편지글 117편을 담았다. 도정스님은 “도반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SNS 등을 활용해 짧은 편지글을 써 온지 벌써 2년이 시간이 지났다”면서 “‘살면서 이런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그 동안 쓴 글이 아까워 책으로 엮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도정스님이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소 촌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편지로 전하는 산문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은 “오래되고 다정한 벗일지라도 내 속내를 드러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만나고 어울려 즐거운 한때를 같이 보냈더라도 헤어지면 늘 허전하고 아쉬운 부분이 남기 마련인데, 그 허전하고 아쉬운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인이자 <월간 해인> 편집장을 맡고 있는 도정스님이 최근 짧은 편지 형식의 글이면서 내 자신과 사랑하는 벗을 향한 솔직한 독백을 담은 산문집 <사랑하는 벗에게>을 펴냈다. 신재호 기자

이처럼 도정스님이 찾은 방편은 바로 편지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눌러쓰듯 정성껏 써 내려간 편지는 자신을 향한 솔직한 독백이기도 하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회인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자비를 실천하려 애쓰는 수행자로, 유달리 잘 울고 잘 웃어 얼굴 가득 멋진 주름이 진 중년 사내로서의 삶과 성찰이 담긴 독백이다. 그러면서도 어린 쑥이 품은 ‘봄 향기’에 감동하는 시인의 감수성과 담박한 시어(詩語)도 듬뿍 담겨 있다.

스님의 편지글에는 절 마당을 쓰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사연, 세상사에 대한 생각, 수행자로서의 고민이 고루 담겨 있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들은 일상에 대한 공유나 감정의 토로를 넘어서 현상 이면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이치를 통찰한다. 예를 들어 외로운 감정을 느끼며 “만남이란 그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는 일”이라고 알아차리고, 시골 밤길을 걸으며 “뭐든 자세히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두려움도 사라졌다네. 진짜 어둠은 밤에 속한 게 아니라 어리석음에 속한 것”이라고 깨닫는다. 또한 같은 사물도 시인의 눈으로 보면 다르다. 대나무를 마주하고는 “휘면서 자란 대나무를 대나무가 아니라고 하지 못하듯이 타인을 그리 고까운 시선으로 보지는 말아야겠네. 그도 소중한 존재일 따름 아니겠나”며 나직하게 이른다.

수행자답게 미움과 원망, 서운함으로 출렁이는 마음을 성찰한 글도 눈에 띈다. “섭섭한 일이 생겼다는 것은 뭔가 용납되지 못한 게 있다는 것이었네. 용납되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또는 그가 나에게 포용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네…살면서 포용의 주체가 내가 되고, 내가 주인공일 때 걸림이 없을 것이었네. 사람의 그릇이란 원래 한정이 없었을 터이기 때문이었네. 다만, 스스로를 한정 지어 섭섭함을 만들었을 뿐이었네.” 또한 “역경은 역경이 아니야. 그렇게 씨앗도 껍질을 벗어야 떡잎을 내거든.” “우리는 자꾸 잊지. 이렇게 피었다 지건만, 필 때는 누구나 영원한 줄 아네.” 등 1쪽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 구절도 많다. 시인의 눈과 수행자의 가슴으로 발견한 자연과 사람, 세상사의 참의미와 통찰이 앞만 보며 내달리느라 사나워진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 준다. 스님은 “벗은 친구일 수도 있고, 아내나 남편 때로는 자식이나 형제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늘 사랑하는 벗에게 순하고 어여쁜 말들을 편지에 옮겨 적어 보내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책 속에 글과 함께 피어있는 다양한 꽃들은 도정스님이 직접 공모한 화가가 그린 것이다. 삽화를 그린 김화정 작가는 “억만 겁의 시간이 쌓인 인연으로 새벽이슬처럼 맑은 도정스님의 글에 그림을 얹게 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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