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현 개인전 ‘자신의 작용’

임지현 作 ‘연기 길’.

여러 개 물결이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한다. 흐름에 따라 퍼져나가는 움직임은 다른 듯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분리되지 못했다. 물결은 불길로, 일정한 방향은 독립적이면서도 유사한 이미지로, 색다르게 다가온다.

“인간과 그를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참여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작업한다. 우리 일상에서 물질의 가치는 편의에 의해 쉽게 결정된다. 그러나 비가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 안에 포함돼 있는 물질성, 운동성, 질량 등 다층적 범위에서 사물을 포착하고 그것의 환원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임지현 작가의 말이다.

그의 그림 세계는 무게, 깊이, 촉감 등 보이지 않는 영역과 개인의 상호작용을 그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마주치는 시각적, 지각적으로 어느 것 하나 단언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재료를 통해, 스스로 지각한 부분으로 좁혀지고 또 축약돼 나타난다.

“때때로 그것들은 입자로 구성되어 파동처럼 흩어진다”는 영국 역사철학자 콜링우드(R.G.Collingwood)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전시를 소개한 임 작가는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돼 개인의 시선으로 좁혀진 일상의 현상을 포착하고 그것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며 “우리의 삶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물질, 현상은 인지하지 못했던 방식과 측면으로 설치돼 관객에게 새로운 의미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와 사물과의 보이지 않는 관계, 자신의 작용을 되짚어보고자 마련된 전시다. 오는 6월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스페이스선+.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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