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수행’에서 ‘전법’으로...달라지는 승가교육

‘왜 10년 절에 다닌 불자가 3년 교회 다닌 크리스천을 말로 못 이기나?’ 지난 4월21일 열린 교육아사리포럼에서 나온 지적은 스님들의 가슴에 경종을 울렸다. 혼자서 묵묵히 공부하는 기존의 수직적 하향적 주입식 승가교육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이어졌다.

전법(傳法)의 기본은 말이다. 잘된 포교는 결국 잘된 설득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리 있게 설명해서 얼마나 많은 감화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즈막 승가교육을 책임지는 조계종 교육원의 화두이기도 하다. ‘말 잘 하는 스님’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오는 6월1일 오후 1시30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리는 ‘제1회 학인설법대회’가 화룡점정이겠다.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라는 제목의 학인설법대회에는 사찰승가대학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 17개 종단 기본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학인 총 39개 팀이 참가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참신성. 파워포인트 또는 법구(法具)와 음악을 활용할 수 있고 ‘2인 설법’ ‘영어 설법’도 가능하다.

젊은 스님들의 신선하고 발랄한 설법무대를 만나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교육부장 진각스님은 “불교를 친절하게 가르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참된 행복을 선사하는 건 출가수행자의 의무”라며 “소통의 시대에 걸맞은 뛰어난 전법사를 길러내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학인설법대회는 ‘수행’에서 ‘전법’으로 초점이 옮겨진 교육원의 승가교육 방향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염불시연대회(2014년) 외국어스피치대회(2015년) 토론대회(2016년)에 이은 ‘전법역량 강화 프로젝트’ 제4탄이다.

한걸음 나아가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전법이 곧 수행’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기도 했다. “학인들이 상대와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관이 심화되는 모습을 봤다”며 “이에 포교 또한 수행의 방편으로 생각해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토론대회의 성과에 더욱 확신을 얻은 셈이다. 올해부터 3급 승가고시에 ‘3분 스피치’를 면접과목에 신설한 것도, 금년 2학기부터 ‘설법과 토론’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현응스님이 부임하기 전 학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교육원 주최 대외행사는 극히 드물었다는 전언이다. 전법을 주제로 한 일련의 대회들은 미래 종단의 주역이 될 예비승들에게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교육원도 학인설법대회의 성공적 회향을 위해 유난히 공을 들였다. 기자간담회만 3번을 했다. 전국의 교육기관을 돌며 대회를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교육국장 진광스님은 “예전 같으면 승랍 10년차가 되어도 법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법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공감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반색했다.

실제 포교현장에서도 조금씩 반향이 들려오고 있다. 3급 승가고시 비구니 수석합격자 원효스님은 “승가고시를 치르고 나니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때 은사 스님이 나를 대신 법석에 올리더라”며 “진정성 있는 법문은 결국 자신의 진실한 삶에서 오라나올 것"이라고 대회에 나서는 후배들을 격려했다. 방송사 교양프로그램에서 강연하는 스님들을 자주 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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