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 갇혀있던 사리 120과가 사찰로 돌아온다. 오는 6월9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던 사리가 조계사와 원래 있던 사찰로 돌아간다. 이번에 돌아오는 사리는 부여 무량사 설잠스님 사리 1과, 경주 분황사 석탑 사리 4과,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사리 등이다. 그동안 이 사리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갇혀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종단은 소장 방식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본래 있던 사찰로 모시기 위해 정부 당국과 논의를 해왔다. 그 결과 출처가 밝혀진 사리는 원래 사찰로, 출처 불명 사리는 조계사에 봉안키로 했다. 얼마 전 도난 성보가 사찰로 되돌아온데 이어 성보가 성보로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감격스런 순간이다. 

조계사는 6월9일 ‘대한민국 국운융성을 위한 조계사 사리친견 법회’를 봉행하며 이 역사적인 순간의 감동을 신도들과 함께 나눈다. 이에 앞서 사리가 소장돼 있던 고궁박물관 별관에서 경복궁 정문을 거쳐 조계사까지 이어지는 사리 이운 행렬을 장엄하게 연다. 노력한 종단 관계자들과 귀한 결정을 내려준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

사리의 존재 조차 모르고 수장고에 갇힌 신세로 방치된 것은 정부의 무책임과 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사리는 곧 부처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 후 부처님을 숭상하고 가르침을 따랐던 여러 나라들이 부처님 사리를 모신데서 시작된 사리신앙은 그 후 부처님 가르침인 경전을 모시고 선종에 이르러서는 조사의 사리를 모시는 신앙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사리신앙의 핵심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을 좇는 제자들인 불법승 삼보의 일체화다. 이는 부처님이 과거 역사 속의 한 인물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은 물론 미래에도 계실 영원불변의 존재임을 실재로 보여주는 신앙의 결정체다. 그래서 수 천년 동안 사리신앙은 식을 줄 모르고 진화하는 동시에 나라별로 다양한 문화로 나타난다.

이처럼 중요한 사리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구심점인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갇혀있었다는 사실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종단이 성보를 성보답게 모시기 위해 많은 인력을 동원해 행방을 찾고 정부 당국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원래 사찰로 모시게 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성보가 국내외에 산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이 소유한 성보를 사찰 종단에 되돌려 주는 것을 꺼려하며 해외 밀반출 성보가 가장 많은 일본은 정확한 내용과 소재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막혀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형상화한 성보는 불자들에게는 신앙의 귀의처이며 국민들에게는 문화적 긍지를 심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불자들의 깊은 관심과 후원이 끊이지 않는다면 이번에 여러 사리가 사찰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감동과 환희도 계속될 것이다.

[불교신문3300호/2017년5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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