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대 경기교육청과 협약 '꿈의대학' 열고 인문교양 강의

현담스님의 리더십 강의를 듣는 학생들

스님만을 위한 교육기관인 김포 중앙승가대학(총장 원행스님)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타났다. 지난 17일 오후7시, 수업을 마치자마자 중앙승가대를 찾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강의실로 향했다. 이들은 경기도교육청이 고교생들을 위해 마련한 ‘경기꿈의대학’ 학생들로, 방과 후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을 가는 대신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대학 강의를 듣겠다고 참여한 경우이다. 

이날 중앙승가대를 찾은 20여 명의 학생들은 2시간 동안 각각 김상영 교수의 ‘삼국유사에 나타난 한국 고대 문화의 이해’와 중앙승가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현담스님의 ‘해결중심접근모델을 적용한 리더십 개발’을 들었다.

중앙승가대가 지역 고교생을 위해 문호를 개방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방학을 맞은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유니스테이(Uni-Stay)’를 열어 학인 스님들과 상담도 하고,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경기꿈의대학’은 두 번째로, 인근 고교생들이 학교 수업을 벗어나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들으며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가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박도은 강사가 ‘사회 현상 분석을 통한 설득적 글쓰기 실제’에 대해, 손강숙 강사가 ‘현대인의 마음의 힐러; 상담심리사의 역할 이해’에 대해, 채윤정 강사가 ‘자기분석을 통한 나의 진로탐색’에 대해, 현담스님이 ‘사회복지 초읽기’를 강의하는 등 인문사회복지분야 6개 강좌가 개설됐다. 지난 4월 시작해 오는 7월까지 10주간 이어지는데, 삼국유사와 리더십 강의는 중앙승가대에서 진행되며, 나머지 4개 강의는 김포고, 운양고 등 지역 고등학교에서 진행된다.

김상영 교수가 <삼국유사>를 매개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승가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가 ‘경기꿈의대학’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강좌를 개설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삶의 지남으로 삶을 만한 가르침을 전해주자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얻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혹은 존재조차 모르던 중앙승가대를 알게 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불교세가 약하고 조계종 사찰도 많지 않은 김포에서 유일한 4년제 대학이 중앙승가대라는 것은 불자는 물론 불자 고교생에게도 자부심이 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승가교육기관에 온 학생들, 스님에게 배우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배윤나(김포 통진고1)양은 대학에 진학해 역사를 전공하고 싶은 마음에 김상영 교수 강의를 신청했다. 대학원 석사과정 수업과 마찬가지로 10여 명의 학생들과 둘러 앉아, 원전을 펴놓고 공부하다보면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윤나 양 어머니 임정옥(46)씨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이 매주 즐겁게 수업을 듣고 있다”며 “중앙승가대학이 지역 학생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줘 불자로서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리더십과 사회복지 등 2개 강좌를 맡아 진행하는 현담스님은 유일한 스님 강사로, 친근한 강의운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스님은 “주제는 다르지만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어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찾아내도록 하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김상영 교수는 “저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이기영 박사나 서경수 교수에게 배웠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며 “꿈의대학 강의가 학생들 전공과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불교와 스님들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더십 강의를 듣고 있는 풍무고 1학년 나은수, 김은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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