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꽃이 아닌 오얏꽃 이야기를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다

첫째,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당시 

나라와 민족을 지킨 선조와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둘째, 일본의 침략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 자긍심을 가질 때 

민족의 주체성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김천에는 특산물이 3가지가 있다. 첫째는 포도이고, 둘째는 자두이고, 셋째는 호두다. 호두가 천안의 명물인 줄 알고 있지만, 최대생산지는 김천이다. 자두는 여름에 나는 과일로 향이 좋고 당도가 높아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자두의 본래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자두의 본래 이름은 ‘오얏’이며, 그 오얏나무에서 피는 꽃이 오얏꽃이다. 우리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옛 조상들에게 오얏은 친근하고 탐낼만한 과일이었다.

오얏꽃은 불교와도 인연이 있는데,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이 첫 절을 창건할 때 겨울에 핀 복숭아꽃과 오얏꽃을 보고 ‘도리사’라고 이름 지었다. 아도화상은 불교가 중흥할 터로 서대에서 좋은 터를 가리키게 되는데, 아도화상이 손가락으로 바로 가리켰다 해서 ‘직지사’라는 설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오얏이란 본래 이름은 잊어버리고 자두란 말을 쓰고 있는 것일까? 조선과 왜, 대한민국과 일본에 얽힌 긴 이야기가 있다. 조선은 이성계가 세운 나라이다. 이(李)라는 성의 뜻이 오얏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라의 꽃은 오얏꽃이 된다. 창덕궁 인정전이나 창경궁 대온실에 오얏꽃이 새겨져 있으며 조선이라는 나라의 상징으로서 중요한 곳에 쓰이게 된다. 그러다 대한제국이 세워지는데 이때도 역시 나라의 상징인 국화로 오얏꽃이 쓰인다. 

그러다가 대한제국은 일제에 강제로 병합되며 나라의 주권을 잃게 됐다. 주권을 빼앗은 일본으로서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상징들을 없애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오얏꽃’이라는 이름이다. 나라의 상징에서 삭제하고 그 이름조차 없앤다. 그래서 오얏을 자주빛 복숭아라는 의미의 ‘자도’라 부르게 하는데 이 자도가 오늘날의 ‘자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일본의 이런 대한제국의 국화 지우기는 큰 효과를 거두어 지금의 한국인들은 오얏이 어떤 과일인지 잊게 된 것이다. 

사실 꽃 이름과 과일 이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국화가 그 이름을 잃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국화와 상징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일본 총리실의 상징 문양은 오동나무꽃이다. 그리고 조선총독부의 상징도 오동나무였다. 그리고 그 이전 오동나무꽃은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의 문장꽃이었다. 일본은 아직까지 조선총독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정신을 잇기 위해 오동나무꽃으로 나라의 상징을 삼고 있다. 지금의 아베 일본 총리가 한국을 싫어하고 소소한 도발을 하는 것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선총독부의 정신을 잇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두꽃이 아닌 오얏꽃 이야기를 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첫째, 임진왜란 당시 나라와 민족을 지킨 선조들과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노력한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필자는 김천의 직지사 부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데, 직지사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임진왜란 당시 분연히 일어서 승군을 이끌었던 사명대사가 출가하고 주지를 역임한 사찰이다. 또한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해 광복군 활동을 하며 독립군에 자금을 지원했던 김봉률 스님이 주지를 역임했던 절이다.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태극기가 아니라 일장기를 흔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째, 일본의 침략정신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오얏나무가 자두나무가 되고, 오얏꽃이 자두꽃이 된 것은 침략정신의 산물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말과 글을 못 쓰게 했던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역사에 자긍심을 가질 때 민족의 주체성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299호/2017년5월24일자] 

묘장스님 논설위원·김천 직지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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