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리 조계사 이운…6월9일 친견법회

이번에 돌아오는 설잠스님(김시습) 사리와 사리함, 오른쪽은 무량사에 있는 설잠스님 진영(보물 제 1497호)

수장고에 있던 사리 129과가 살아있는 성보로 되살아난다. 국가 소유 사리가 한국 불교 총본산인 조계사와 원사찰로 대거 이운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스님)는 오는 6월9일 오전11시30분 조계사에서 ‘대한민국 국운융성을 위한 조계사 사리친견 법회’를 봉행한다. 법회서 공개되는 사리는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것으로 부여 무량사 설잠스님(김시습) 사리 1과와 경주 분황사 석탑 사리 4과를 비롯해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은 백자사리합 사리 1과, 청동원통형사리합 사리 1과, 청동제사리기 사리 33과 등 총 40과에 달한다.

종단과 불교중앙박물관, 조계사는 그간 부처님과 스님 사리를 불교성보로 인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해왔다. 사리 환수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5월. 문화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장고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리가 예경의 대상으로서 본 의미를 되찾는데 뜻을 함께 했다. 이어 3년에 걸쳐 국공립박물관에 있는 사리 120여 과를 장기대여 방식으로 원소재지 등으로 돌려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올해 사리 총 40과가 원소재지와 한국불교 총본산인 조계사에 모셔진다. 설잠스님 부도사리는 부여 무량사로, 분황사 석탑 사리는 경주 분황사로, 소재지가 밝혀지지 않은 사리 35과는 조계사로 이운된다. 장기대여 방식으로 ‘완전한 귀향’은 아니지만, 국가 소유로 수장고에 ‘보관’만 돼 있던 사리 129과가 제자리 또는 총본산에 모셔져, 불자들이 직접 친견하고 예경을 올릴 수 있는 신앙의 대상으로 부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셈이다.

총무원 문화부장 정현스님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사리들이 제자리를 찾아 예경의 대상인 성보로서 본래 의미를 되찾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사리탑과 사리기보다 정작 주목받지 못했던 사리들이 단순히 유물이 아닌, 신앙의 형태로 불교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박물관에서 보관해오던 사리는 그간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문화유산으로의 의미가 더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불교 성보로서의 의미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조계사는 6월9일 ‘대한민국 국운융성을 위한 조계사 사리친견 법회’에 앞서 고궁박물관 별관에서 경복궁 정문을 거쳐 조계사까지 행렬하며, 스님과 신도 300여 명이 그 뒤를 따른다. 오전11시30분에는 대웅전 앞 친견대에 사리를 모신 뒤 범종, 법고, 고불문, 친견 등의 법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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