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대각사 다문화봉사단 조상익‧유민영 부부

답답하거나 나들이 가고플 때

대각사 함께 찾아 신행활동…

믿고 이해하는 마음이 ‘우선’

“받았으니 베풀어야…” 봉사활동

 

조상익 씨 가정. 세 남매를 위해 부부가 투잡을 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다.

“다른 집과 특별히 다른 것 뭐 있나요. 제 자식들이니까 사랑스럽고, 잘 키우려고 열심히 사는거지. 부부 갈등도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 순간을 참고 넘기고, 또 화해하고 사는 게 부부 아닌가요?”

지난 12일 저녁, 경기도 오산 조상익(60) 씨를 만났다. 조 씨 가족은 다문화가정이다.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40세 넘은 나이에 직원이던 유민영(42)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첫째 영현 군에 이어 덕현 군, 은미 양을 낳고 오산에 정착해 살고 있다.

처음 결혼할 때 ‘잘 나가던’ 조 씨에게 시련이 닥쳤다. 보증문제로 회사가 부도를 맞은 것. 부부는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조상익 씨는 도시가스 배관 설치 등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다. 부인 유민영 씨 고향은 중국 안휘성이다. 남편과 결혼해 중국서 살다가 한국에 온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건물을 임대해 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입이 많은 편이 아니다.

한국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다른 문화’로 인해 갈등도 있었다. 남성이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중국과 달리, 식사와 설거지, 빨래 등 가사를 여성이 도맡아 해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몇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이 중국말을 잘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국말만 쓰는거에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유민영 씨와 한국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7시가 넘자 조상익 씨가 가게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중국말로 대화를 했는데, 주변에 중국인이 많다보니 가정에서도, 밖에서도 한국말을 쓸 일이 적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한국어가 좀체 안 늘고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한국말만 썼어요. 처음에는 힘들고 답답하겠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잘하죠?” 조 씨가 웃으면서 유 씨의 ‘원망’을 받는다.

10년의 시간은 부부의 생각도 같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최근 한중간 마찰 원인이 된 사드 문제에 대해 유 씨는 “중국에 유언비어가 많아서 그렇다. 실제 한국의 사정을 알면 중국에서 그렇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간이나 가정에서도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영현, 덕현 군도 가게로 들어섰다. 이때가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다. 가게 문을 닫고 저녁을 먹고나면 집에는 아이들만 남는다. 부부는 저녁 9시면 함께 길을 나선다. 대리운전을 위해서다. 도농복합도시다 보니 도심을 벗어난 집이 많아, 조 씨가 대리운전을 마치면 부인이 차를 몰고 따라왔다가 다시 도심으로 간다.

“힘들지 않아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하고. 조금 가난하지만, 마음 편하고 행복하면 되지 않나요?” 조상익 씨의 말에 유민영 씨도 거든다.

“우리 노공(老公, 남편을 의미하는 중국어) 참 좋아요. 절에 갈 때마다 노공이랑 아이들이 건강하라고 기도하는데, 모두 잘 지내서 좋아요. 그런데 한국말이 너무 어려워요. 아직도 잘 못해요. 하지만 남편이 잘 도와주고,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기회가 되면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어요.”

유민영 씨는 한국에 와서 불교를 접했다. 어려서부터 절에 다녔다는 조 씨를 따라 ‘답답할 때면’ ‘어딘가 나들이를 가고 싶을 때면’ 대각사를 찾는다고 한다.

조성익 씨 부부를 비롯해 10여 명의 다문화가족이 모여 지난 4월 ‘나란타’ 봉사단을 만들었다. “그동안 사회의 여러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정착한 우리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자”는 취지로 대각사 신도를 중심으로 만든 단체다. 봉사도 하고, 회원간 애경사도 함께 나누는 모임으로 엮어갈 생각이란다.

“부부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자녀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책임감 등이 필요하겠죠. 젊어서 돈을 잘 벌 때보다, 소박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조성익ㆍ유민영 씨 부부는 “우리 지금처럼 살자”며 행복을 전했다.

[불교신문 3298호/2017년5월20일자]

오산=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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