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으면 누구나 쉽게 하던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도 어려워 

경전에서도 “먼저 기술 배우고 

그 다음 재물을 구하라…” 설파 

어떤 사업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잘 사고 잘 팔았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너무 싱거운 대답이 되고 말았지만 정말 잘 사고 잘 팔기만 해도 큰 돈 번다. ‘투자’하면 사람들이 뭘 연상할까? 부동산과 주식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주장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봉급쟁이 그만두고 사업하라는 거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그 주장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직장 그만 두고 사업하다가 망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높은 세상이다. 봉급쟁이가 할 수 있는 투자라곤 부동산과 주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부동산과 주식을 언제 살 것인지, 언제 팔 것인지만 알아도 돈을 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잘 사고 잘 팔 수 있을까?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별역잡아함경>은 “처음에는 먼저 기술을 배워라. 그 다음으로는 재물을 구하고…”라고 설한다. 부처님은 기술을 배우고 익힐 것을 수없이 강조했다. 얼핏 당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2600년 전에 돈을 벌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통찰이다. 과거 부동산 폭등기에는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사두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 그때 등장한 용어가 ‘복부인’이라는 단어인데 가정주부가 돈만 있으면 부동산 투자를 쉽게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오늘날에는 모든 부동산의 매매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어디가 오를 것인지 잘 알아야 하며 결국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은 은행 이자율보다 높지만 조사에 의하면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다. 주식 시장은 개미라고 부르는 개인 투자자,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 외국인의 세 종류의 세력이 있다. 개인 투자자인 개미의 수익률은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에 비해 형편없다. 그들은 전문지식이 훨씬 높은데다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사전에 투자 정보를 얻어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접 주식을 고르지 않고 전문가인 펀드매니저에게 위임하면 되지 않을까? 은행에 가면 고수익 펀드를 보여주고 가입하라고 하는데 언제나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항상 있다. 지금까지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에 가입하면 앞으로도 계속 좋을까? 계속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가입해서 항상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누가 돈을 못 벌겠는가? 펀드도 부침이 있기에 수익이 좋던 펀드가 형편없어지기도 하고 형편없던 펀드가 펄펄 날기도 한다.

게다가 펀드에 가입하려고 하면 수많은 펀드 중에 뭘 선택해야 하는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부동산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있고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주식과 채권을 적당히 섞어서 투자하는 펀드도 있는데 채권이 얼마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가에 따라 펀드의 위험성이 달라진다. 그런가 하면 골치가 아플 때 선택하기 아주 편한 펀드가 있다. 

인덱스 펀드라는 것인데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을 조금씩 사서 만든 펀드이다. 큰 회사 주식은 많이 사고 작은 회사 주식은 조금 사서 주식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을 규모 비율로 사는 펀드이다. 어떤 주식을 살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모든 주식을 골고루 사는, 말하자면 아주 멍청한 펀드다.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펀드 수익률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만 못한 편이다. 전문성이 있다고 으스대는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멍청한 펀드인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 보다 올리지 못하다니 문제 아닌가? 오직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적인 부자가 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펀드매니저에게 돈 맡기지 말고 차라리 인덱스 펀드가 더 낫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인덱스 펀드에 가입해도 여전히 전문성이 필요하다. 언제 가입하고 언제 환매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멍청한 인덱스 펀드라고 해도 가입시기와 환매시기를 잘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제전망에 밝아야 한다. 경제예측은 경제전문가도 못한다. IMF 외환위기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뿐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주가가 급락한 뒤에 오랜 침체기간을 겪을 거라는 L자형 주가를 예측했는데 반대로 미국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이제 전문성이 없으면 과거에는 누구나 쉽게 하던 부동산이나 주식도 투자하기 어려운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불교신문3298호/2017년5월20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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